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법원이 1일 회생절차개시를 결정했지만 STX중공업의 회생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막막’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STX중공업이 앞으로 4,5년 동안 적자경영을 탈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STX조선해양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때문이다.
이날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이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주요원인은 STX조선의 부실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STX중공업이 지난 2013년 9월 산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한 채권단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고서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아온 것은 STX조선의 경영악화에서 비롯됐고 최근엔 몇 개월간 공급한 기자재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악화로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결국 STX중공업의 운명을 STX조선이 쥐고 있는 셈이다. STX중공업의 매출구성이 이를 말해준다. 이 회사의 STX조선에 대한 매출의존도는 43%에 달해 지나치게 높다. STX조선이 잘 돼야 STX중공업도 살아나게 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그동안 STX조선이 조선업황 부진 등으로 흔들리면서 STX중공업도 걷잡을 수 없는 경영악화에 휘말렸다. 플랜트와 선박 엔진, 기자재(덱하우스와 선박 블록)를 주로 생산하는 STX중공업은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플랜트 공사 발주 취소·지연과 신규 발주 감소, 선박 발주량 급감에 따른 선박 엔진과 기자재 주문 물량 감소, 즉 STX조선의 경영악화와 더불어 수지가 급속히 악화됐다.
앞으로는 어떠할까. 당분간은 STX중공업과 STX조선의 회생은 ‘안갯속’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STX그룹에 대한 보고서에서 “조선의 법정관리로 중공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더는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즉 STX조선이 경영정상화 전망이 불투명하면서 중공업의 영업실적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사실 STX조선의 경영정상화는 첩첩산중이다. 그만큼 STX중공업의 회생가능성이 낮다는 예기다. 법정관리중인 STX조선의 미래 현금흐름을 조사한 한영회계법인의 추정한 결과를 보면 STX조선이 청산을 면하더라도 앞으로 4년 동안 영업적자를 지속할 것이며 누적 적자 규모가 2,47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오는 2021년에야 70억 원의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지만 생존까지는 당분간 험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수주 등이 없을 경우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산은 보고서는 우려했다.
수주잔량은 53척에 이르고 이중 저가 수주와 비용 증가 탓에 적자가 확실시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계약 취소와 취소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상당기간 동안 흑자경영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STX 중공업의 STX조선에 대한 매출의존도는 매각을 추진 중인 플란트 사업부문을 제외하면 43%에 이른다는 감안할 때 STX조선의 경영전망이 이같이 어두워 STX중공업의 회생가능성은 그만큼 낮다고 산은은 판단했다.
성동조선 등 중소 조선사에 대한 매출 비중도 높다는 점에서 STX중공업의 회생전망은 그만큼 낮다. 지난해 말 STX중공업의 성동조선 매출 비중은 8.39%다. 2010년 3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은 당장 법정관리는 면했지만 ‘수주절벽’이 이어지고 있어 장기 생존 가능성이 적다.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주)STX도 지속 경영이 어렵다는 점도 STX중공업에는 큰 악재다. STX조선이 수주한 영국석유회사 BP(브리티시 패트롤) 선박 10척에 대해 선박 건조 이행보증 5000억 원을 섰다가 발목을 잡혔다. STX조선이 배를 인도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지급하거나 계약을 대신 이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법원은 일단 STX중공업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플랜트 부문 사업 손실과 조선업 침체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던 중 지난 7월부터 자율협약마저 중단되어 채무를 갚을 수 없는 파산지경에 이르렀지만 협력사에 대한 파장 등을 고려하여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법원은 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임해 9월30일까지 조사보고를 받은 뒤 10월28일까지 회생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금융기관 차입금, 상거래채무 등이 동결됨으로써 유동성 악화로 인한 파산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법원은 채권금융기관과 상거래채권자협의회, 사내협력업체협의회 등 채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특히 중소기업자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STX중공업은 금융기관 차입금 등 채무가 동결돼 유동성 악화로 파산에 이르게 되는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협력사의 유동성위기는 더욱 심화돼 줄부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STX중공업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40여 개 사는 법원의 이번 회생 절차 신청으로 22일 이전 채무와 채권이 동결되기 때문이다. STX중공업 협력업체들은 STX중공업과 조선으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물품 대금은 7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