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즈뷰티 엄정여 기자] 최근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오너 리스크라는 악재에 부딪힌 데 이어 콜마비앤에이치가 미공개정보 이용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화장품업계 오너와 임직원들의 비행이 잇따르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K-뷰티의 열풍 속에서 화장품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브랜드숍의 성공신화로 불리던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는 기업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악재로 작용해 공격적인 몸집 키우기에도 발목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건강 관련 주에 관심이 쏠리며 주가가 오른 콜마비앤에이치 역시 임직원과 주주 수십여 명이 미공개정보를 통한 불공정거래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콜마홀딩스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대표 김치봉, 정화영) 임직원 수십 명의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한국콜마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은 콜마비앤에이치 임직원들이 부당한 주식거래로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를 포착하고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2014년 7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콜마비엔에이치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씨와 계열사 임직원, 주주 등 30여명이 본사인 한국콜마가 콜마비앤에이치와 미래에셋제2호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미공개 정보로 미리 주식을 매입해 약 158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패스트트랙은 검찰의 조기 개입이 필요한 긴급한 증권범죄에 대해 금융당국의 고발절차 없이 즉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도록 한 제도다.
합수단은 압수수색에서 콜마비앤에이치와 미래에셋제2호스팩의 합병 계획이 콜마비앤에이치 임직원들에게 유출된 증거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스팩 피합병회사 임직원의 불공정거래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장품과 건강식품 제조·판매업체인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2004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콜마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초 산·연 합작회사다.
2014년 10월 미래에셋이 세운 스팩과 합병을 발표한 뒤 코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했다. 합병 발표 전부터 스팩 주가가 급등해 합병 전까지 공모가 2,000원 대비 55% 급등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합병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일반적으로 스팩은 비상장사와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서류상 회사이기 때문에 합병 재료가 발표되지 않는 한 회사가치가 변하지 않아 주가도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없다.
그런데도 미래에셋제2호스팩 주가가 사전에 급등한 것은 콜마비앤에이치 임직원이 회사가 스팩과 합병을 발표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합병 대상인 미래에셋제2호스팩 주식을 선취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적발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5억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내부거래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손실액의 3배가 5억 원을 넘을 경우, 벌금은 이익 또는 회피손실액의 3배가 된다.
한편 100억 원대 상습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돼 경영공백이 불가피한 상태여서 그 동안 추진했던 기업공개(IPO), 해외 사업 등에 차질이 예상돼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마카오, 필리핀 카지노호텔에 개설된 일명 ‘정킷방(카지노 업체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을 운영하던 국내 폭력조직을 끼고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1억 원 상당의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대표에 대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 대표이사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저버린 것이다. 이에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정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회사의 매출과 성장,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정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화장품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정 대표의 장기 부재에 따른 리스크를 불식하기 위해 오너 경영 체계를 대체할 경영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1993년 화장품업계에 뛰어들어 1996년 식물원, 1998년 쿠지 등의 브랜드를 선보이며 성공가도를 달렸으며, 2003년 화장품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을 설립해 2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려 놓은 바 있다.
당시 회사 지분을 LG생활건강에 매각해 200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올리면서 업계의 화제를 모았으며, 매각 이후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으로 이동해 대표직에 올라 중저가 브랜드의 성공신화로 평가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전 세계 13개국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에도 진출해 있는 등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어 정 대표의 실형 선고에 따른 장기간의 공백이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산 화장품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정치와 경제 사건과 연루된 사례가 늘고 있어 고공성장하고 있는 K-뷰티에 타격을 입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도덕적 기강 해이가 화장품업계에서도 불거지고 있다”며 “기업의 이미지 추락은 한 순간이다. 무엇보다 열심히 쌓아 온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지 않도록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출처 = 네이처리퍼블릭, 콜마비앤에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