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채권 방치하고 차입금 지급보증으로도 지원…공정거래법상 규제는 피해가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이수화학의 김상범 회장이 사실상 개인회사격인 이수엑사켐을 만든 후 이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사익편취를 일삼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김 회장은 상장사인 이수화학의 경우 경영전반에 대한 공시규제가 까다로워 회사의 부를 오너 개인 쪽으로 이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이를 피하기 위해 이수화학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분이 100%인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후 해마다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엑사켐의 대부분 매출은 이수화학으로부터 나와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으로부터 990억 원어치의 제품을 매입, 판매해 매출 1340억 원, 매출총이익 198억 원을 기록했다.
이수화학의 이수엑사켐에 대한 비정상적인 지원은 누적된 매출채권과 지급보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수화학의 총 매출(1조300억 원) 중 이수엑사켐에 대한 매출은 9.5%(98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수화학이 보유한 매출채권(약 1147억원)에서 이수엑사켐이 차지하는 비중은 41%(472억 원)에 달한다.
이수화학이 이수엑사켐으로부터 과연 대금을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이수화학이 사내유보금이 넘쳐 유동성이 얼마나 풍부한지 알 수 없지만 회사이익 극대화를 통한 소액주주보호는 망각하고 오너 개인회사인 이수엑사켐이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대금결제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수화학은 오너 개인회사에 거액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수엑사켐의 차입금은 161억 원인데, 그 중 64억6000만원이 이수화학의 지급보증분이다. 이수엑사켐이 경영악화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이수화학이 지급보증금을 대신 갚아야할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수화학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에 돌아가게 된다. 오너의 배를 불리려는 지원이 잘못되면 애꿎게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빚을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이 그동안 이수엑사켐으로부터 적지 않은 배당금을 챙겼다. 이수엑사켐은 김 회장에 올해 3월 11억2000만원, 지난 2012년과 2013년엔 각각 9억60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내년결산에서도 김 회장은 10억 원 안팎의 배당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그룹의 지분구조를 보면 김 회장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거액의 배당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우선 이수화학의 지분구조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최대주주는 이수그룹으로, 34.82%를 보유 중이다. 그 외 특수 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39.25%에 이른다.
이수그룹의 지분은 김상범 회장이 32.5%, 이수엑사켐이 67.4%를 보유 중이다. 이수엑사켐은 김상범 회장이 100%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다. 이수화학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이수엑사켐의 이익은 배당을 통해 김 회장의 사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이수화학 소액주주입장에서는 이수화학의 일감몰아주기 결코 바람지하지 않다. 오너는 일감몰아주기를 사익편취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수화학 입장에서는 비용증가로 수익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이수화학 소액주주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오너들이 일감몰아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수화학은 일감몰아주기규제대상이 아니다. 이수화학은 자산총액 5조원이하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따라서 김 회장은 그동안 자유롭게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자기 배를 불려왔고 규제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한 이런 편법행위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상범 회장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의 3남으로 태어났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이수화학공업 대표이사, 이수그룹 부회장을 거쳐 현재 이수그룹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편 이수그룹은 김 회장이 지분 32.54%, 이수엑사켐이 67.4%를 보유해 사실상 김 회장의 개인 기업인 (주)이수에도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 (주)이수의 2014년 전체 매출 248억 원 모두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