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슨스, 롭스로 좁혀진 H&B스토어의 시장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데일리비즈온 엄정여 기자] 이마트가 자체 헬스앤뷰티(H&B)스토어인 ‘분스’를 접고 세계 1위 업체인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와 손을 잡으면서 영국 ‘부츠(Boots)’ 브랜드와 계약, 국내 화장품 유통가에 변화가 일 전망이다.
원브랜드숍에서 차별화된 멀티숍으로 유통채널이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한 곳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형 드럭스토어인 ‘헬스앤뷰티(H&B)스토어’ 즉, 멀티숍이 급부상하고 있다. 구매력이 큰 20~30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건강, 아름다움, 편의성에 가치를 준 선진화된 유통과 전문화된 카테고리 상품을 선보이며 생활밀착형 쇼핑공간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GS가 홍콩 드럭스토어인 ‘왓슨스’를 국내에 들여온 것처럼 이마트는 세계 최대 드럭스토어인 영국 ‘부츠’ 브랜드로 국내에서 영업한다. 따라서 이마트는 기존에 운영하던 ‘분스’ 매장을 없애거나 ‘부츠’ 브랜드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다.
WBA는 2014년 미국 월그린과 영국 부츠가 합병해 생긴 기업으로 세계 11개국에 1만3,1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계약으로 부츠 브랜드의 국내 독점 운영권을 따냈으며, 내년 상반기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으로 생활용품과 뷰티 분야 부츠 자체 브랜드인 ‘넘버세븐(No7)’, ‘솝&글로리(Soap&gGlory)’를 선보여 경쟁업체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2년 의정부점을 시작으로 서울 강남과 명동 등에 총 7개의 분스 매장을 내며 드럭스토어 사업에 뛰어든 이마트는 매출 부진으로 홍대점과 경기 여주아울렛점까지 폐점하면서 현재 부산 센텀점, 고속터미널점, 대학로점, 명동점, 강남점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드럭스토어 시장 규모는 2007년 1,000억원, 2011년 3,000억원, 2014년 7,000억원, 2015년 9,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조2,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운영 주체는 화장품기업이 아닌 유통기업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10% 이상으로 편의점과 함께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통 대기업들이 경쟁을 펼치며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부상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실속 있는 화장품, 이른바 가성비 좋은 제품을 접근성 뛰어난 곳에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전략이 경기불황 속 알뜰 소비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Oliveyoung)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GS리테일의 왓슨스(Watsons), 롯데쇼핑의 롭스(LOHB’s)가 2위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운영하는 분스(BOONS), 코오롱의 더블유스토어(W-store) 등이 시장규모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올리브영이 552개, 왓슨스 112개, 롭스 53개, 분스 5개 순이다.
업계 1위 올리브영은 단독법인으로 운영되다 2014년 말 CJ올리브네트웍스가 출범하면서 CJ그룹 내 IT전문회사 CJ시스템즈와 합병됐다. 2010년 1,300억원대에 불과했던 올리브영 매출은 해마다 고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7,603억원을 기록했다. 1999년 론칭 이후 최근 5년간 매년 20~30%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왓슨스코리아는 GS리테일이 2004년 전 세계 1만1,4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드럭스토어 기업 홍콩 AS왓슨홀딩스와 50대 50의 지분비율로 설립한 합작회사로 2014년 8월 GS왓슨스에서 왓슨스코리아로 상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매출 1,274억원을 기록한 업계 2위 왓슨스는 2012년부터 4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왓슨스는 GS리테일과 왓슨스 홍콩법인이 지분을 공동으로 소유한 구조여서 출점 결정이 빠르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6월부터 별도의 사업본부로 독립해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롭스는 2013년 5월 1호점인 홍대점 출점 이후 3년 만에 전국에 67개 매장을 열었다. 이는 업계 1위 CJ 올리브영이 60호점을 달성하는데 9년가량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지난달 적극적인 출점 확대를 통해 연내 100호점 돌파를 선언했으며, 올 하반기 내에 점포 시스템을 개선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다지며 매출액을 전년 대비 100% 확대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세계 이마트가 세계 1위 기업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하면서 올리브영과 왓슨스, 롭스로 좁혀진 H&B스토어의 시장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올리브영의 독주 속에서 후발주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도시 번화가에 입점해온 H&B스토어가 최근 점포 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방 중소도시에도 개점하며 매장수를 늘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출처 =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