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불황형 흑자 “웃을 일 아니다”
카드사 불황형 흑자 “웃을 일 아니다”
  • 박기혁 기자
  • 승인 2020.09.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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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카드사 상반기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껑충
-카드 발급매수 증가 둔화, 이용액 감소에 어떻게?
-카드 사용 줄어 지출 비용도 감소…‘불황형 흑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업 카드사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 1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405억원 대비 18.9% 증가한 수치다. 대손준비금 적립 후를 기준으로 할 시 순이익 규모는 1조 314억원이다. (사진=픽사베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업 카드사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 1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405억원 대비 18.9% 증가한 수치다. 대손준비금 적립 후를 기준으로 할 시 순이익 규모는 1조 314억원이다.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박기혁 기자] 카드업계의 코로나19 특수가 사실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잠정 실적 집계 결과 국내 전업 카드사들의 순이익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카드 발급 매수와 이용액 규모는 감소했다는 점이다.

◇ 불황 가운데 깜짝 호실적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업 카드사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 1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405억원 대비 18.9% 증가한 수치다. 대손준비금 적립 후를 기준으로 할 시 순이익 규모는 1조 314억원이다.

앞서 카드업계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재난지원금 지급 영향으로 상반기 실적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대출 이자 연체율이 개선되고 카드사 이용액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제로 일부 카드사의 실적을 통해 이 같은 분석은 일정 부분 들어맞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순이익뿐만 아니라 대출 건전성 역시 강화됐다. 해당 기간 연체율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카드업계 연체율은 1.38%로 작년 같은 기간의 1.61%보다 0.23%포인트 하락했다. 신용판매와 카드대출 부문 연체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모두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상반기 실적 개선에 있어 연체율 개선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연체율이 개선되면서 카드사의 대손비용이 줄어들었다. 대손준비금은 각 카드사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립하는 충당금과 금융당국의 적립 기준이 달라 발생한다. 카드사들은 이 같은 차이로 발생하는 차익을 메우기 위해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상반기 카드업계의 대손준비금 적립액은 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1700억원 대비 대폭 감소했다.

카드업계 상반기 실적 개선에 있어 연체율 개선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연체율이 개선되면서 카드사의 대손비용이 줄어들었다.  사진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카드업계 상반기 실적 개선에 있어 연체율 개선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연체율이 개선되면서 카드사의 대손비용이 줄어들었다. 사진 금융감독원. 

◇ 카드 이용 줄었는데 순이익 증가?

결과적으로 카드업계는 상반기 순이익 증가하며 호성적을 기록했지만,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다. 카드사 영업 실적의 지표이자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카드 발급 매수와 카드 이용액은 오히려 둔화 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기준 카드업계의 신용카드 발급매수(누적)는 1억 1253매로 전년 동기 발급매수와 비교해 3.5% 증가했다. 문제는 카드업계의 신용카드 발급매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계의 신용카드 발급매수 증가율은 2019년 상반기 6.3%, 2019년 말 5.6%, 2020년 상반기 3.5%로 나타났다. 체크카드 발급매수는 1억 1159매로 전년 동기 대비 0.2% 소폭 감소했다.

카드 이용액 역시 감소했다. 올 상반기 전업 카드사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42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6조원 대비 0.3% 줄었다. 개인, 법인카드 모두 이용이 부진했다. 해당 기간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269조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증가율이 1.0%에 그치며 저조했다. 법인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각각 5.1, 0/3% 이용액이 감소했다.

발급매수 성장세 둔화와 이용액 감소 원인에는 코로나19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면 모집 등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외출 자제 등으로 카드 이용액이 줄어든 것이다.

2020년 상반기 카드사 손익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2020년 상반기 카드사 손익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 코로나19의 역설 불황형 흑자

카드사의 상반기 실적 호황은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카드사의 상반기 호실적의 가장 큰 원인은 예상치 못 한 비용 감소다. 올 상반기 카드사 지출 비용 규모는 11조 3624억원으로 전년 동기 11조 4744억원 대비 1.0% 줄어들었다.

비용 감소의 원인은 코로나19다. 카드 이용 자체가 감소하다 보니 지출 비용 역시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카드 결제의 승인‧중계에 따른 VAN(부가통신업자) 수수료, 해외 결제 시 발생하는 국제카드브랜드 이용료가 전년 동기 대비 1319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역설적으로 카드사의 상반기 호성적은 코로나19 영향이다. 카드 이용 자체가 감소하면서 카드사들이 마케팅 등의 비용 절감에 나섰고 이것이 순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2018년, 2019년 실적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 흑자의 가장 큰 원인은 비용 절감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 같은 비용절감이 순이익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지 결코 시장 경기 자체가 호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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