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진단③] 교보생명 IPO 둘러싼 복잡한 셈법
[생보사 진단③] 교보생명 IPO 둘러싼 복잡한 셈법
  • 손성은 기자
  • 승인 2020.09.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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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보다는 내실 추구 자산 기준 업계 3위 교보생명
-뜻밖의 영업 전략 전환?…단기 저축성보험 판매 열중
-영업 전략 중요하지만…발등에 떨어진 IPO가 더 중요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지난해와 비교해 부진했다. 38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4319억원 대비 454억원 10.5% 줄어든 수치다. (사진=연합뉴스).jpg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지난해와 비교해 부진했다. 38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4319억원 대비 454억원 10.5% 줄어든 수치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생명보험업계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와 시장포화에 따른 성장세 둔화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악재까지 발생한 상황. 결코,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 속에서 생명보험업계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각 생명보험사의 보험영업 실적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생명보험업계의 현재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자산 기준 업계 3위 교보생명은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춘 보수적 경영 전략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생명보험사다. 2016년 당시 라이벌 한화생명이 먼저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며 업계 2위 경쟁에서 뒤처졌을 때도 자산 등 외형보다는 내실을 봐야 한다며 웃었다. 그런 교보생명이 올해 상반기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해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재무적투자자(FI)들의 기업공개(IPO)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내실 강화에 초점 맞춘 보수적 경영 전략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 112조 394억원의 자산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5조 7781억원 대비 6조 2613억원 5.9% 증가했다. 교보생명은 4년 전 당시 라이벌 한화생명이 먼저 자산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자산 기준 업계 3위로 하락했다.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지난해와 비교해 부진했다. 38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4319억원 대비 454억원 10.5% 줄어든 수치다. 이는 변액보험보증준비금(변액보험 펀드 가치 하락에 대비해 고객 원금 보전 목적으로 미리 적립하는 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투자영업수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교보생명의 투자영업수익은 3조 4568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 6148억원 대비 32.19% 늘었다. 이는 비단 교보생명만의 현상이 아니다. 생명보험업계는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투자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자산 재분류를 통한 고금리 채권 매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당장 수익 확보는 가능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수익원이 감소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3위인 만큼 교보생명 역시 대규모 영업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점포수는 594개, 대리점은 178개다. 같은 기간 전속 설계사 조직은 1만 4530명으로 전년 동기 1만 4394명 대비 소폭 증가했다.

올 상반기 교보생명은 방카슈랑스채널을 활용, 2~3년 단기 저축성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사진=교보생명 홈페이지)
올 상반기 교보생명은 방카슈랑스채널을 활용, 2~3년 단기 저축성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사진=교보생명 홈페이지)

◇ 뜻밖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확대 왜?

교보생명은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과 관련해 지난 몇 년간에 걸쳐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춘 영업을 진행해왔다. 새 회계기준에선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평가되는 만큼 생명보험업계에서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을 가장 먼저 줄였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 대비 보험료가 높아 나타나는 초회보험료 규모 축소에 현상이 나타났지만, 교보생명은 전체 수입보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관된 영업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올 상반기 교보생명은 이 같은 스탠스를 수정했다. 주로 저축성보험이 판매되는 방카슈랑스채널을 활용, 2~3년 단기 저축성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상품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선납수수료’ 제도를 활용했는데 이는 단기 저축성보험의 초회보험료 납입 시 1년치를 납입하는 기능에 추가 납입 제도를 활용해 총 3년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략은 적중했다. 올 상반기 교보생명이 거둬들인 초회보험료(일반계정)는 21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90억원 7.0% 가량 커졌다. 이 중 방카슈랑스채널은 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827억원 대비 1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설계사채널 초회보험료는 902억원으로 작년보다 3.6% 감소했다.

판매채널 매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설계사채널 47.0%로41.5%의 방카슈랑스채널보다 높았지만, 올해는 설계사채널이 42.3%, 방카슈랑스채널이 45.6%로 역전됐다.

신장채 교보생명 회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인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FI로부터 기업공개 약속을 이행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은 신장채 교보생명 회장. (사진=연합뉴스)

◇ 매출 확대 놓고 대립…IPO 대비한 전략?

선납수수료 제도를 통한 단기 저축성보험은 판매는 당장 초회보험료 및 자산 증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둔 현재 건전성 측면에선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교보생명의 선납수수료 제도를 타 생보사들이 채용해 방카슈랑스채널이 과열되자 하반기 선납수수료 제도를 금지하도록 했다.

보험업계는 교보생명이 단순히 일시적인 초회보험료 규모 확대를 위해 선납수수료 제도를 활용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섰다고 보지 않고 있다.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와의 기업공개(IPO)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다.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인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FI로부터 기업공개 약속을 이행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IPO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으르 반환해야 한다. 과거 신 회장은 IPO를 골자로 하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신 회장의 풋옵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교보생명이 상장에 대비 보유 지분 차익을 목적으로 자산 규모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단기간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교보생명은 방카슈랑스채널 저축성보험 판매 확대는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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