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금융업계 판도 바꿀 ‘데이터3법’
[창간특집] 금융업계 판도 바꿀 ‘데이터3법’
  • 손성은 기자
  • 승인 2020.09.02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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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3법 8월 5일 시행…이제 ‘마이데이터’ 시대
-천편일률 금융상품에서 고객 맞춤 상품 시대 진입
-두터웠던 업권 장벽 무너져…‘무한경쟁’ 구도 전망
-전통 금융사 아성은?…빅테크 기업 금융업 도전장
-장밋빛 전망 가득?…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진행 중
데이터3법이 지난 8월 5일 시행됨에 따라 이제 본격적인 ‘마이데이터(MY DATA)' 시대의 막이 올랐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고객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금융업권의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데이터3법이 지난달 5일 시행됨에 따라 이제 본격적인 ‘마이데이터(MY DATA)' 시대의 막이 올랐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고객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금융업권의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현재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4차 산업 혁명의 가속으로 사회,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혼란을 가져온 코로나19 역시 변화를 부추기는 요소다.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는 우리 삶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소소한 일상부터 산업 패러다임을 뒤바꿀 만한 이슈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요컨대 유통, 금융, 부동산, 산업 분야는 빠르게 변화에 발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올 상반기 주요 이슈를 키워드로 되짚어 보는 한편 각 산업 분야의 미래를 전망한다. <편집자 주>

데이터3법이 지난달 5일 시행됨에 따라 이제 본격적인 ‘마이데이터(MY DATA)' 시대의 막이 올랐다. 데이터3법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조치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법이며 정보 활용 수준과 결합, 보호 관련 기준을 담고 있다. 간단히 말해 앞으로 금융사들은 각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취합해 상품 개발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금융사들의 상품 개발 및 판매 전략 등의 변화가 예상되는 동시에 업계 판도에 격변이 일 전망이다.

◇ 천편일률 금융상품 이제 맞춤 시대로

데이터3법의 시행으로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금융업권은 고도로 개인화되고 생활에 밀접한 상품의 개발과 제공이 가능해진다. 그간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강조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법의 한계로 고객 개인정보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 결합해 활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제 은행사,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업권 간 경쟁은 어떤 회사가 고객 개인 상황에 최적화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의 경우 앞으로 각 고객 개인의 연령, 성별, 결혼 여부 등에 적합한 저축, 대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느냐로 봐야 할 것이다.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역시 은행과 이와 다르지 않다.

그간 금융상품은 사실상 각 회사별 차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상품이다. 보험사의 상품은 각 회사별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보장 내용이 유사하다.

때문에 보험업계는 독창적 상품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배타적사용권 제도를 운용해 독창성 있는 신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특정 기간 해당 상품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부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를 찾을 수 없었던 게 현실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보험상품 개발에 필요한 보험료율, 고객 개인정보 등이 활용이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사 역시 데이터3법의 시행으로 앞으로 보다 더 세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보험료율, 보장범위 등이 특정 고객 개인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출시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이데이터 시대의 핵심은 정보다. 결국 어떤 회사가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 지가 시장 경쟁력이 된다. (사진=픽사베이)
마이데이터 시대의 핵심은 정보다. 결국 어떤 회사가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 지가 시장 경쟁력이 된다. (사진=픽사베이)

◇ 사실상 업권 장벽 해체…무한경쟁 시대 개막

주목할 만한 부분은 데이터3법의 시행에 따라 두터웠던 업권 간 경계가 희미해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은행 상품은 은행이 카드사 상품은 카드사가 만든다는 도식이 성립돼 있었다. 물론 동일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나 마케팅 차원에서 타업권 금융사와 제휴해 상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통상적으로 특정 금융사가 상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정보의 분석, 취합 능력만 받쳐준다면 이를 토대로 금융회사에 상품 제작을 의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다. 지금까지 고객 개인의 소득과 소비, 자산 등의 정보는 금융사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3법이 시행됨으로써 고객 개인이 이러한 정보를 금융회사만이 아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전송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다. 고객의 돈을 기본으로 운용하는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각종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입 장벽 자체가 높다. 이 때문에 금융사는 업권을 막론하고 신규 시장 진출자를 찾기 힘 들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시장 참여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업의 핵심 요소인 정보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용이해졌을 뿐만 아니라 주도권이 금융사가 아닌 고객에게 돌아감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 참여가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위원회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모집하는 예비허가 신청 접수에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전통 금융사 외에 네이버, 토스 등 120여개 업체가 몰려들었다.

앞으로는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정보의 분석, 취합 능력만 받쳐준다면 이를 토대로 금융회사에 상품 제작을 의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앞으로는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정보의 분석, 취합 능력만 받쳐준다면 이를 토대로 금융회사에 상품 제작을 의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 금융업권 판도 지각변동…빅테크 기업에 긴장

금융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업계 구도가 고착화한지 오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 역시 각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독려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유도해왔으나 쉽사리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신규 참여자에 의해 그동안의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전통 금융사들은 ‘빅테크(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 IT기업)’ 기업의 시장 진입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이미 금융업권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업계에 진출 지난 6월 ‘네이버통장’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보험업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상품을 직접 제작 판매하는 전업 보험사가 아닌 복수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GA(독립 법인대리점) 형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했다. 카카오뱅크 사용자는 이미 기준 시중은행 사용자를 앞질렀다. 카카오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금융사들 입장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입자 수 4000만명의 네이버는 이미 막대한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로 이미 4500만명이 가입한 ‘카카오톡’ 메신저와 은행 영업 등을 통해 DB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들 빅테크 기업이 마이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플랫폼을 갖추고 있고 운용 노하우도 풍부하다는 점은 매우 위협적인 요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은 금융사에 비해 한발 앞서 있는 것이다.

전통 금융사 입장에선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이 마이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플랫폼을 갖추고 있고 운용 노하우도 풍부하다는 점은 매우 위협적인 요소다. (사진=픽사베이)
전통 금융사 입장에선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이 마이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플랫폼을 갖추고 있고 운용 노하우도 풍부하다는 점은 매우 위협적인 요소다. (사진=픽사베이)

◇ 3법 시행 금융사 역차별 논란

데이터3법 시행으로 금융업권에 새로운 시장 참여자가 등장하고 이에 따른 경쟁은 소비자 권익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규제 완화에 따른 장밋빛 전망이 예고되지만 논란도 만만치 않다.

데이터3법 시행과 함께 전통 금융사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데이터3법 시행으로 금융산업 진입 문턱이 대폭 낮아진 동시에 새롭게 시장에 참여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있지만 빅테크 기업을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에게 후불결제 기능을 허용해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당국은 최대 30만원까지는 간편결제 업체에 대한 충전 잔액이 없다 하더라도 물건을 산 이후에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허용했다. 이는 사실상 간편결제 사업자에게 여신 기능을 부여한 것인데 수수료 제한 또한 없기에 카드업계가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은행의 경우 영업지점에서 특정 보험사의 상품 판매액 전체 총액의 25%를 넘을 수 없는 반면 빅테크 사업자의 경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른바 방카슈랑스 25% 룰이라는 것인데 보험업계의 시장질서 저해를 우려해 도입한 제도임에도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는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 좁혀지지 않는 이견…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가장 심각한 논란은 마이데이터 시대의 핵심 요소인 ‘정보’의 공정 거래에 대한 부분이다. 마이데이터 시대의 핵심은 정보다. 결국, 어떤 회사가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 지가 시장 경쟁력이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의 공개 범위에 대해 불공정 경쟁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기존 금융사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빅테크 기업은 일부만 공개한다.

금융사는 빅테크 기업이 공개하는 결제정보에는 구매 내역 등 핵심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 마이데이터 사업에 걸맞은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은 은행 등 금융사의 모든 정보에 접근과 활용이 가능하지만 빅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사들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정보만 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은 현재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나 관련 법령에 통신판매 중개업자,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보제공 대상자로 규정한 내용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요구는 억지라는 입장인 만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금융업 진출 이전 이미 막대한 DB를 확보한 상태로 금융업 진출 시 막대한 파괴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DB 보유량은 물론 분석 능력도 있는 만큼 향후 금융업권에서 우월적 위치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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