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소송 예고…‘판’ 커지나?
-조직 규모 2000명 50+금융노조 출범에 급물살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국책은행에서 시작된 임금피크제 소송이 시중은행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여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가 소송에 나선 가운데 최근 설립된 ‘50+금융노동조합 연대회의’의 등장으로 임금피크제 소송은 국책은행을 넘어 시중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간 시중은행은 상시적인 희망퇴직 제도 등의 존재로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모습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 임금피크제 소송 본격화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책은행에서 진행되던 임금피크제 소송이 시중은행 등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금융사 55세 이상 직원의 연봉을 정년인 60세까지 매년 일정 비율 줄이는 제도다. 도입 취지는 기업이나 공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 청년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권 임금피크제 제도 도입은 논의 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나 지난 2015년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시하면서 본격화했다. 이 같은 임금피크제의 실제 적용 대상은 1990년대 초반에 입사한 50대 직원으로 당장 오는 2021년부터 적용 대상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도 도입 당시 논란이 무색하게 금융권의 대응은 소극적인 편이었다. 정확하게 말해 국책은행 노조는 임금피크제에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상대적으로 시중은행의 관심은 덜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상시적으로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유명무실한 ‘명예퇴직’ 제도만 있어 사실상 대안이 없었다.
지난해 4월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는 임금피크제 무효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참여 인원은 총 169명으로 1심이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가 임금피크제 소송에 나섰지만, 그 뒤를 잇는 경우가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보증보험에서 50여 명이 지난해 상반기 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하지만 최근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에서 임금피크제 소송 움직임이 나타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국책은행 넘어 시중은행까지
지난 26일 기업은행 노조는 올해 10월 안으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인원은 최대 580여 명을 예상하고 있으며 소송의 소송가액은 500명 참여시 5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기업은행에 앞서 시중은행은 KB국민은행 노조도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천명했다. 소송 제기 시기는 9월 20일 안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소송 참여 인원을 최대 250명가량으로 보고 있으며 250명 전원 참여시 소송가액은 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산업은행에 이어 국민은행, 기업은행이 잇따라 소송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임금피크제 소송은 더욱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3개 은행 외에도 씨티은행이 20여 명 안팎으로 오는 9월 1일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며 한국거래소 역시 9월 중으로 최대 150명이 참여하는 소송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소송 방향성 논의 이후 연내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최대 200명, 기술보증기금은 최대 40명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 조합원 2000여 명 50+금융노조 파괴력은?
금융권의 임금피크제 확산 기조는 지난 4일 출범한 ‘50+금융노동조합 연대회의(이하 50+금융노조)’와 무관하지 않다. 50+금융노조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씨티은행, 서울보증보험, 한국거래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8개 금융사의 중장년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다.
이들 연대 조직의 등장으로 임금피크제 소송 기조가 국책은행을 넘어 시중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연대 조합원 수는 약 2000여 명으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재 임금피크제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진행을 예고했지만, 은행 등은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측이 노조 활동에 개입한다는 등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소송이 현실화할 경우 이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다들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추세”라며 “50+금융노조 출범 이후 임금피크제 소송이 확산하는 모양새지만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현재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신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