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현금성 자산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제로금리 상황에서 원금을 까먹으며 살아간다는 게 여간 스트레스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벌어놓은 현금으로 노후를 살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최근 잇달아 문제가 된 펀드 환매중단 사태도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쉽게 돈을 맡겼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착각 하는 것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명목금리는 금융기관에서 표면적으로 제시하는 금리이고, 실질금리는 만기가 되어 돈을 찾았을 때 세금을 공제하고 받은 돈으로 처음 가입 당시의 물가상승을 감안한 차이다.
정부기관이 발표한 명목 즉, 표면적인 물가는 제로이거나 미미한 상승이라고 하지만 실제 우리가 생활하는 소비자 물가는 크게 다르다.
물가는 공공요금에서부터 기름 값, 생필품 등을 모두 합쳐 평균을 낸 수치이기에 착시현상을 주는 것일 뿐. 지난해 한 병에 3,150원 하던 간장이 올해 3,307원이지만 우리는 5% 인상된 그 가격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장바구니에 담는다.
1년이 멀다하고 간단히 디자인만 바꿔 신차라고 발표하면서 내 놓은 차량가격은 7~10%는 오른 상태로 판매하지만 우리는 물가 상승을 눈치 채지 못한다. 집 값, 전세 상승은 또 어떤가?
기준금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명목금리(2~3%)를 받고 금융기관이나 펀드에 돈을 맡겼다가 몇 년 후 만기가 되어 돈을 찾았을 때 실질금리는 분명 마이너스다. 우리가 실제 지출하는 실 생활비는 금리 이상으로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내 돈이 100% 안전하고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은 없을까 하는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이 세상에 안전하면서도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은 없다. 제시한 금리가 높다면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것이 돈의 생리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언텍트에 길들여져 있고 물리적 만남이 아니더라도 관계는 지속되고 필요한 것들도 얼마든지 집에서 구매하고 혼자 노는 것도 익숙해졌다. 오히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이 가고 오고가는 것이 불편하다.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 시스템으로 바뀌어 낮은 관리비용과 효율성으로 더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종업원을 고용해 레스토랑을 경영해 오다 배달만 전문으로 영업을 해 보니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주인 손에 쥐는 것은 오히려 더 늘었다. 그리고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신경은 덜 쓰고 훨씬 더 좋다.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막상 현실이 되어 경험해 보니 금방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노후준비를 얘기할 때 부동산을 거론하고 있다. 은퇴 후 또박또박 나오는 임대 수익으로 노후를 보내는 것이 최고의 투자방식이라는 생각에서다. 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물건에 따라서는 맞는 투자방식일 수 있겠지만 자칫하면 최악의 방법일 수도 있다. 임대소득은 고사하고 환금성을 잃어 영원히 그 물건을 공실로 보유하면서 세금만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인구는 급속히 줄어 들고 있고 소득은 늘지 않아 쓸 돈이 없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동이 줄고 고용과 수입이 크게 감소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바로 상가나 사무실 건물들의 피해가 클 것이다.
70% 이상 내수 소비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하루 평균 350개의 점포들이 문을 닫고 스몰 비즈니스는 1만개 이상이 매달 사무실을 비운다고 한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일부 지방도시나 수도권에서도 빈 상가들이 즐비하고 거리의 흉물로 남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현상들은 날이 갈수록 그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개인의 자본이 자산을 스스로 불려주던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자본투자가 멈췄다는 것이 아니라 그 투자방식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사업일수록 작은 돈들이 모여 돈이 되는 곳에 투자되고 그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좋은 예로 데이터센터를 짓는데 돈들이 넘치고 요양병원을 건설하는데도 돈 댈 사람들은 줄을 서고 있다. 그러나 근사한 빌딩을 건설하고 상가를 짓고 호텔을 신축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꼭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부동산 전문투자 리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한국에서도 수백 개의 리츠 펀드들이 나와 한 때 선풍을 일으켰지만 대부분 부실하거나 손실이 나고 있다. 한국 리츠 펀드의 90%는 임대소득을 기준으로 한 펀드에 돈들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새롭게 선보일 펀드들도 언텍트와 연관된 리츠들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멋진 빌딩이나 화려한 호텔보다 검소한 창고가 돈이 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주거하는 현대화된 요양시설들이 돈이 된다. 일정비용을 정부가 책임져주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직접 와서 옷을 사고 전자제품을 팔던 수많은 상품의 가계들은 인구이동 제한으로 하루가 멀다하게 문을 닫고 값싼 창고를 얻어 온라인 판매를 시작 하고 있다. 이 변화를 읽은 영민한 투자자들은 이 곳으로 돈을 넣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동산도 바로 이 창고업과 테이터 센터 관련 리츠 펀드다. 리츠는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한다.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하면 세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온라인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데이터 서비스는 한계에 도달했고 시스템 확장을 2~3년 앞당겼다. 본격적인 AI와 자율주행 등 차세대 혁신성장을 앞두고 데이터 센터 구축은 급증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될 것이고 돈들은 이리로 몰릴 것이다.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 가장 쉽고 돈 안 되는 것으로 간주되던 농사가 이젠 돈이 되는 시대다. 사람이 필요 없는 농사 시스템, 즉 유기농 스마트 팜에 돈들이 몰린다. 철저한 빅 데이터에 의해 소비량을 측정하고 시즌을 감안해 해당 작물을 재배한다. 상추가 많이 나오는 여름에는 봄나물을 재배하고 한 겨울에는 미나리를 내 놓는다. 한 겨울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할 것을 일 년 내내 시즌에 없는 상품을 도심에서 무인으로 재배하는 방법이다. 향후 5G시스템이 완비되면 자율주행은 자연스럽게 대중화할 것이고 이 스마트 팜은 재배에서 배달까지 원스톱 무인화로 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사하고 뽐내며 보여주는 즉, 돈 자랑하는 물리적인 자산들은 이젠 돈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머리로 돈을 버는 시대다. 머리로 돈을 버는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곳으로 돈들이 흐르고 있다.
주식하면 망한다. 유독 한국에서는 아직도 주식투자는 부정적인 투자로 인식이 높다. 그러나 이미 돈들은 위험자산이라고 하는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연금과 이자로 생활하는 중산층 이상은 주식비중이 높다.
미국의 경우 꾸준히 배당을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고 30년 넘게 배당을 늘려가며 한해도 빠지지 않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회사들이 많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배당투자 인식이 달라지고 있고 은행금리 보다 몇 배 높게 지급하는 기업들이 많다.
한국이 망하지 않는 한 지속경영이 가능하고 해마다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들에게 투자하여 배당과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노후를 위한 대비다. 조금만 발품을 팔고 전문가들과 상담하고 강의에 찾아다니며 앞선 정보를 얻는 노력이 뒤 따른다면 자신이 원하는 투자지식을 얻을 수 있다. 전체 현금성 자산에서 절반 정도는 배당을 받는 우량한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코로나19 시대의 좋은 자산증식이라고 권유하고 싶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명
The CJ Holdings Canada Ltd. CEO 현재
CGB(Capital of Golden Bridge Co)CFO
화제의 책 ‘숨겨진 부의 설계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