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하나멤버십’ 늘리려 직원에 불건전영업까지 ‘압박’
김정태 회장, ‘하나멤버십’ 늘리려 직원에 불건전영업까지 ‘압박’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6.07.12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지점선 고등학생 상대 영업으로 민원 ‘봇물’…계열사 6개 노조는 금감원에 집단민원
금감원 하나금융에 구두경고…김회장, ‘무리수’로 경영신뢰기반 무너지고 리더십도 추락
▲ 김정태 회장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은행직원을 비롯하여 계열사 직원들에 대해 ‘하나멤버십’ 가입을 유치하는데 불건전영업행위를 압박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계열사 6개 노조가 금융감독원에 집단민원을 제기, 금감원이 하나금융을 은행을 경고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의 도를 넘어선 영업정책이 일부 직원들의 불건전영업행위, 나아가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계열사 노조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금융당국은 김 회장의 무리한 영업정책이 건전한 금융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보고 경고조치를 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의욕에 넘친 ‘하나멤버스’ 추진에 시달린 은행직원을 비롯한 계열사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금감원이 노조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시정토록 경고하면서 김 회장의 은행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권위도 실추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그룹 계열사 6곳 노동조합들이 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멤버십 가입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급기야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회사를 지목해 사실상 불건전영업행위를 압박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집단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태 회장이 KEB하나은행 출범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출시한 하나 멤버스는 하나금융그룹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회원은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하나 머니를 적립하고 대형 멤버십과 제휴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핀테크의 성공적 모범 사례’라고 자부한 김 회장은 회원확보를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로 회원 수는 출시 39일 만에 회원 100만 명, 8개월 만에 500만 명을 모집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직원들, 핵심성과지표 반영방침에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회원확보 나서

하나금융계열 직원들이 너나없이 회원 확보에 적극 나섰다. 직원들이 더욱 맹렬히 회원확보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하나 멤버스 가입 실적을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불건전영업행위가 판을 쳤다. 하나은행 모 지점 직원들은 고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멤버스 가입을 권유하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항의로 철수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기도 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하나은행 직원들의 경제적 능력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회원가입권유행위는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보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금감원은 이 같은 민원이 다수 제기된데 따라 KEB하나은행 관계자를 불러 구두 경고조치했다. 

은행관계자들은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이 회원가입을 늘려야겠지만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고 금융용어도 잘 몰라 상품설명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에게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행위는 실적 늘리기에만 급급한 불건전영업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설령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회원가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십중팔구는 불완전판매일 가능성이 높다”고 모 은행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멤버스영업과 관련,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을 다수 접수받았다.”며 리테일사업부 관계자들을 불러 다시는 이런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일단은 구두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심지어는 하나노조에도 민원이 빗발쳐 금감원에 집단민원을 제기한 것을 보면 김 회장의 실적개선을 위한 하나멤버스 확대정책은 직원들에게 불건전영업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풀이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측은 멤버스 가입과 관련 불건전영업행의를 압박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으며 일부 직원들의 의욕이 넘친 데서 비롯된 부작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핵심사항인데 직원들이 불건전영업행위인줄 알면서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하나멤버스 가입확대에서 김 회장이 보인 의욕 넘치는 영업행보와 정책은 직원들에게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전체가 하나 멤버스 자체에 올인 하다 보니 압박이 심해졌고 불건전 영업이 이뤄졌다”며 논의 끝에 지난달 하나 금융지주 산하 전체 계열사 노동조합들이 공동 대응으로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부진한 영업만회하려는 충만한 의욕이 ‘화’ 불러

김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당시 연임을 둘러싸고 찬반논쟁을 보면 부적격사유도 많았다. 특히 영업실적은 지속적으로 부진상을 보여 왔다. 신통치 않은 실적에 이런 불명예 꼬리표가 붙어있는 김 회장으로서는 야심작으로 하나멤버스를 개발, 회원 확대에 사력을 집중했지만 의욕이 너무 넘친 탓인지 소비자들의 편의를 외면한 불건전영업행위란 부작용을 수반했다.

지난해 3월 김 회장의 연임문제를 놓고 찬반논쟁이 한창이었을 때 시민단체는 “김 회장은 은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하나학원을 지원했다”며 “이 일로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 적어도 337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김 회장이 이 사건으로 피고발자 신분에 처해있다는 점에서 회장후보, 그것도 단독후보는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비판 역시 제기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론스타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한 것을 알고도 김 회장이 아무런 시정조치 없이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측은 김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 지배하에 편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경영성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된 2012년 이후부터 경영 실적이 급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