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최은혜 기자] 네이처리퍼블릭이 김창호 새 대표를 맞아 재기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내부 인사를 대표로 선임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너인 정운호 전 대표가 후선으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지만 중요 경영정책을 뒷전에서 결정하는 ‘옥중경영’ 시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정상화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고 김창호 전무를 대표로 선임하고 정운호 전 대표는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했다.
현재 네이처리퍼블릭은 김창호 신임 대표와 함께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설정, 오너의 일탈로 인해 흐트러진 국내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경쟁력도 빠르게 재정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김창호 대표는 국내 매장을 직접 방문해 가맹점주 및 거래처들과의 스킨십 강화 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으로 해외 역시 빠른 시일 내에 파트너 사들과의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또한 그동안 대표의 부재로 진행되지 못한 사업 추진과 함께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메가 히트 제품을 앞세워 활발하게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창호 새 대표는 LG생활건강 공채 출신(1984년)으로 2004년 더페이스샵 국내영업본부를 거쳐 2009년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을 함께 했다. 업계 경력만 해도 총 30년으로 대기업부터 브랜드숍 채널의 태동기와 성장기를 함께 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얼마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 조직을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부 임원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라고 하지만 오너인 정운호 전 대표가 ‘그림자 통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김창호 대표가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경영을 하기보다는 한낱 관리인에 그쳐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정상화는 사실상 어렵다고 우려한다.
아직 정운호 전 대표는 7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경영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물의의 규모 봤을 때 피해의 파장도 클뿐만 아니라 정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회사 밖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네이처리퍼블릭은 정운호 전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이후 연일 터지는 사건으로 인해 ‘자연주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받았으며, 함께 경쟁하고 있는 브랜드들에 비해 우울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1분기 매출은 714억 원으로 전년동기 757억 원 보다 큰 폭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1분기 19억 원으로 전년동기 85억 원보다 77.6% 감소했다.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에서 5위를 기록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은 에뛰드하우스에도 밀려 1분기에는 6위로 내려갔다. 또한 경쟁 브랜드인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등은 공격적인 제품 출시와 해외 진출로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향후 기업공개 추진 여부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사다. 지난 2014년 기업공개(IPO)를 위해 대표 주관사로 ‘대신증권’을 선정하고 야심차게 상장을 추진해온 네이처리퍼블릭은 정운호 전 대표의 도박 사건이 터진 이후로 계획을 보류했다. 일부에서는 오너리스크로 인한 상장 여부가 불가능할 것 보고 있었으나 이번 김창호 대표 선임을 계기로 브랜드를 재정비 한 후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계획에 대해서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상장 시기는 경영 정상화 이후 최적의 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현재 네이처리퍼블릭은 오너리스크와는 별도로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와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인기제품인 알로에 수딩젤을 리뉴얼하고, 트렌디한 제품 출시로 브랜드숍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오너리스크가 크지만 주 타깃층인 10~20대 초반의 젊은 층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30대를 중심으로 기업 윤리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꾸준히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출처 = 네이처리퍼블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