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KB국민은행은 파생결합상품 불완전판매 논란부터 금융사고까지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대형 악재를 모두 피했다. 수익성과 리스크가 충돌할 경우 리스크를 우선하는 국민은행만의 경영 문화에 힘입은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2일 “의사결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시금 국민은행의 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에만 ‘라임 펀드’ 등의 불완전판매부터 전산사고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국민은행은 단 하나의 피해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용리스크부가 신설된 것이 이미 2010년이었다. 2015년에는 모델검증 유닛이 생겼다. 여신심사그룹에 있던 신용평가모델 유닛도 리스크전략그룹 내로 편입되며 규모를 늘렸다. 현재 113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다년간에 쌓인 데이터와 노하우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이 리스크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는 여신 포트폴리오다. 널리 쓰이는 연체율의 경우 이미 리스크가 발생한 이후에 드러나는 지표라 위기에 대비하는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은행 대출이 나가있는 산업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신용등급 변화는 어떤지, 차주들이 속해있는 산업군의 흐름은 어떤지 체크한다.
아울러 은행에서 오랜 시간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투자분야에 대해 자체적으로 측정한 위험등급을 매긴다. 산업별로 1단계에서 15단계까지 산업등급을 부여하고 여신정책과 연계해 금융자본을 배분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고영향/중영향/저영향군으로 사업군을 분류하고 집중관리가 필요한 섹터에 대한 신용위험 점검 강도를 높였다.
신용등급 심사와 산업 편중도 점검 등을 통해 리스크전략그룹 내 신용리스크부가 여신정책의 방향을 세팅하면 여신그룹에서는 정책 실행을 맡는다. 실행이 완료되면 리스크그룹 내 신용감리부서는 신용등급의 적정성과 여신제도 프로세스의 적합성을 점검한다.
올해 인프라 투자가 순항 중인 것도 위 시스템과 무관치 않다. 해외 프로젝트 추진이 위축되는 환경 속에서도 최근 해외 인프라 사업 2건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4월 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 플랜트 프로젝트에 대한 1억 달러 규모의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지난 달에는 2억4000만 캐나다달러 규모의 캐나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총 27개 글로벌 금융기관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KB국민은행 측은 “리스크 관리의 차원에서 안정적인 사회간접자본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며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시장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