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대량 보유지분 공시 고의 누락 논란
-스팩 보유 수량 관리 시스템 미비 시인
-‘5%룰 위반’ KB증권 과징금 고작 47만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KB증권이 스팩(SPAC)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당종목이 작전세력들이 개입하기 쉽다는 점을 노려, 상장주체인 KB증권이 직접 세력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작전세력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거나 혹은 고정시키거나 하는 것을 주가조작 혹은 시세조작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시세조작 행위를 하는 일단의 사람들을 지칭한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비상장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상장시킨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SPAC’ 주식에 대한 5% 이상 보유 지분 공시의무를 어겨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의 지분 5%을 보유하면 5일 이내에 공시하게 되어있다. 적발된 KB증권의 SPAC 주식만 20개에 달했다.
알려진 대로 SPAC은 증권사가 만들어내는 껍데기 회사다. 직원도, 사무실도, 하는 일도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킨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단지 3년 안에 다른 중소기업을 찾아 상장심사를 도와주고 합병해 하나가 되는 셈이다. 상장을 원하는 중소기업이나 상장을 돕는 증권사나 여러 모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구조다.
쉽게 말해 존재가치가 오직 우회상장에 있는 셈이다. 다만 일반적인 기업공개와는 달리 증권사가 가져가는 몫이 커서 대부분은 이에 많은 공을 들인다. 한국거래소 공시자료에 의하면 2010년 관련 제도가 시행된 이후 69개 기업이 SPAC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합병에 실패한 SPAC은 35개에 불과했는데 당초 IPO(기업공개)에 소요되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을 고려할 때 각 증권사로서는 SPAC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은 없다.

◇스팩 대량 보유지분 공시 고의 누락 논란
이런 이유로 KB증권이 SPAC 대량 보유지분 공시를 고의로 누락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KB증권 측은 SBS CNBC 측에 SPAC 보유 수량을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일어난 실수라며 미비한 스팩 보유 수량 관리 시스템을 시인했다. 그렇다고 해도 시스템 미비와 단순 실수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3년이라는 짧은 시일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종목에 대한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사실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정황상 ‘KB증권이 작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SPAC은 대개 자본금이나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 세력이 개입할 경우 주가를 들어올리기 쉽다. 거기다 합병 전까지는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해 외부 변수도 적다. 흔히 말하는 작전세력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새내기’ 스팩들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뒤 급등락을 반복하는 일 역시 드물지 않다. 지난해 상장한 유진투자증권과 DB증권의 스팩 역시 같은 이유로 골머리를 썩었다.
결국 KB증권이 직접 작전세력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KB증권이 지분 정보를 밝히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분의 매수와 매도 시점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서 주가의 등락폭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까지도 적극적으로 동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KB증권이 제재 받은 SPAC 중에는 자사가 직접 상장시킨 종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새내기 SPAC이 사전에 합병대상을 점찍어놓은 뒤 상장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과거에도 주가가 이상 과열을 보인 SPAC이 결국 조기에 합병한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 합병 시기를 전후해 증권사는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주가 폭락으로 인한 피해는 합병만을 손꼽아 기대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 되기 싶다.
자칫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예민한 문제인데도 KB증권에게 과징금 47만원의 조치가 내려진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증권사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시한 것 이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