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롯데그룹 재배구조 개편에 가려진 속사정
27일 추총을 여는 롯데그룹 계열사 중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는 이동진 주류 영업본부장, 임준범 재경부문장, 추광식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이영구 대표는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다만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9.16%)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롯데그룹은 현재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쇼핑에 이어 호텔롯데, 롯데칠성음료, 롯데건설 등기 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는 계열사 겸직이 과도하다는 국민연금의 지적을 의식한 데 따른 조치였다.
롯데칠성은 2017년 말부터 새로 출발을 알린 롯데지주에 흡수합병된 계열사 중 하나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등기 임원직을 유지할 방침인데 롯데지주를 통해 롯데칠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 회장의 과도한 사내이사 겸직 논란은 지난해 주총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롯데칠성은 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국민연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던 전력이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우려에도 ‘마이웨이’ 행보를 걷던 롯데칠성이 올해 지배구조개선 움직임을 보인 이유는 뭘까. 오너 기업인의 과도한 겸직 논란 때문만은 아니다. 롯데칠성은 현재 하청업체 근로자와의 갈등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이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 주식 매각을 검토해야 한다”고 국민연금에 촉구한 바 있다.

◇ ‘노조와의 갈등’ 국민연금 판단에 득 될까?
노조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지게차 노동자들이 차별적인 연말 성과상여금을 개선해달라고 파업하자 도급업체 신영LS 소속 지게차 노동자 70명을 계약 해지했다. 노조는 이를 사실상 해고로 보고 있다. 노조는 롯데칠성이 하청기업의 노동조합이 파업을 시작하자 곧바로 그 기업과 도급 계약 해지를 검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하청기업의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고 하청노동자의 노동권을 빼앗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노조는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본부를 찾아가 “롯데칠성의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사선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국세청 조사4국의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 4국은 탈세 또는 비자금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기 세무조사(2017년 3월)를 받은 터라 2년 만에 이루어진 특별 세무조사에 롯데칠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롯데칠성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확대와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돼 구속됐다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회사 분위기도 혼란스러웠던 시기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국감장에서 일부 제품에만 적용되는 비접착식 페트병 라벨을 전 제품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회사가 기존 접착제 방식을 유지하기로 하면서부터다. 이원표 롯데칠성 상무는 이에 “아무리 기업이 나서고 홍보를 해도 우리 국민들이 일본처럼 선진화된 분리수거 문화가 정착되긴 어려울 것”이란 취지의 발언으로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 ‘사회적 책임 다하지 못하는 기업’ 오명
여기에 지난해부터 불거진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인해 매출도 감소하면서 롯데칠성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롯데칠성 연결 매출을 2조5739억원, 영업이익을 1003억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3.6% 증가한 수치지만 영업이익은 11.7% 감소한 수치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해 예상치 못한 이슈로 탑라인 훼손이 심한 만큼 올해는 회사가 맥주와 소주 매출 회복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며 “주류매출액은 작년보다 5%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지만 비용 증가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부정 이슈는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최근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취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점에서 롯데칠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 논란은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부각될 소지가 있다.
결국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칠성(주류) 관계자는 “하청 노조 이슈는 음료 이슈다. 주류 이슈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10일 롯데칠성은 보통주 1주당 2700원, 증류주 1주당 2705원으로 현금으로 균등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총 결산배당금은 222억원이다. 기준일은 지난해 12월 31일로 27일 주총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