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금융업 ‘장애인 채용’ 백태 ④ KDB산업은행
[심층기획] 금융업 ‘장애인 채용’ 백태 ④ KDB산업은행
  • 박종호 기자
  • 승인 2020.03.03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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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장애인 고용 ‘0’명
KDB산업은행 사옥. (사진=산업은행)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노동시장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 보호작업장이 아닌 일반 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지 27년이 넘었지만 ‘유명무실’에 가깝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2%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은 사실상의 ‘벌금’인 고용부담금을 내곤 한다. 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매년 수백억 대의 벌금을 불사하기도 한다. 이에 장애인 고용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금융업계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 장애인 직원 전무한 국책은행

KDB산업은행(산은)의 지난해 장애인 채용 건수는 ‘0’명이다. 대다수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정부의 장애인 채용 치침을 따르고 있지만 산은은 최소한의 ‘시늉’ 조차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맏형으로 간주된다. 맏형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자는 정부정책의 취지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73명의 정규 직원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장애인 채용은 없다. 2018년에도 장애인 채용은 전무했다. 최근 통계를 뒤져보아도 대개는 1명, 많아야 2명이었다.

그렇다면 산은이 장애인 채용을 하지 못하는 사정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실제로 2013년 정부 측의 강력한 요청 끝에 12명의 장애인의 채용이 이뤄진 바 있다. 회사 측의 의지가 있다면 언제고 장애인 채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반증이다. 이후 현재까지 산은이 매해 2명 이상의 장애인을 채용한 역사는 없다.  

장애인 고용비율을 맞추지 못했을 경우 부과되는 벌금도 만만치 않다. 산은 측은 미달인원 1명 당 약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야한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약 18억원의 벌금을 납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산은이 부과해야 할 벌금은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 진단한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장애인을 채용하고 싶어도 지원 자체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쉬이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다. 산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산은은 장애인 채용에 있어 정규직이 아닌, 인턴 채용에만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산은의 지난해 장애인 채용 건수는 ‘0’명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산은의 지난해 장애인 채용 건수는 ‘0’명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산은 “장애인 전형 도입할 것”
 
물론 산은은 매년 비정규직 장애인 인턴을 고용하고 있다. 대체로 채용 인원과 경쟁률의 차이는 있지만 장애인들의 관심도 뜨거운 편이다. 가령 지난해 하반기 장애인 인턴 채용의 경우 총 7명 선발에 64명이 응시해 최종 경쟁률 9.14대 1을 기록했다. 이 결과대로 라면 장애인들이 산은의 채용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산은 입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장애인 인턴 경험자들은 정규직 채용 시 우대를 받는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장애인 인턴 경쟁률이 매년 10대 1을 오가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애인이 채용절차에서 혜택을 받으려면 우선 서류에 이어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필기 이전까지는 블라인드 전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지원자가 장애인인지 일반인인지 구별할 수 없다. 면접 전형 전까지는 일반인들과 같은 선상에서 일정 레벨의 경쟁력을 증명해내야, 그 후에야 우대 자격이 주어진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산은의 채용절차에도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 측이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장애인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산은 측이 문제를 수년째 방치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 검토 후 개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던 산은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한 뒤에야 “올해부터 장애인 전형을 따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뒤늦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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