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으로 수익성 악화…상반기에만 1조3천억 충당금 쌓아야

[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하에 따라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모두 연 2%대로 낮춘 것과는 대조적으로 농협은행만 홀로 3%대의 높은 금리를 유지해 빈축을 사고 있다.
농협은행이 방만경영으로 조선ㆍ해운업체들에 대한 대출에서 거액의 부실채권을 안았고 여기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은 대출금리 유지로 사실상 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3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자료를 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과 SC제일은행ㆍ씨티은행 등 2대 외국계 시중은행의 5월 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는 모두 2%대를 유지했다.
주택대출금리를 은행별로 살펴보면, SC제일은행이 2.74%로 가장 낮고, 씨티은행 2.86%, 우리은행 2.87%, 국민은행 2.91%, 하나은행 2.92%, 신한은행 2.96% 등 대다수 시중은행은 주택대출금리를 2% 수준에 확정했다.
반면, 농협은행의 평균금리는 3.06%. 4월보다 0.05%포인트를 내렸지만 여전히 3%대의 대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농협은행의 금리가 높은 이유로 조선ㆍ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지적한다.
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취급량이 KB국민, 우리, 신한, KEB하나에 이어 5위권이다.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금융전문가는 “농협은행이 저금리기조에 역행해 주책담보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손실을 서민고객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농협은 그동안 방만한 기업대출운용으로 거액의 부실채권을 안아 그에 상응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할 상황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조선·해운 등 최근 농협은행 경영현황’ 따르면 농협은행은 현재 ‘정상’으로 분류된 대우조선해양 여신에 대해 ‘요주의(3개월 이상 연체)’ 수준에 맞춰서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충당금까지 포함해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을 쌓아야한다.
충당금 부담은 농협은행의 경영 리스크로 이어졌다. 지난해 STX조선에 대한 대출금의 부실로 4956억원에 이르는 충당금을 적립한 탓에 25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금액도 전년도보다 1조4000억원 늘어난 4조2000억원을 기록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농협은행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900억원) 대비 64.2% 감소한 32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은행측이 금리를 높게 책정해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최근 증가하는 가계대출 추세를 감소시킬수 있는 경영상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은 고객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택시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을 갚는 일시상환대출로 가계대출금이 늘고 있다고 판단해 일시상환대출 비율을 낮추는 쪽으로 권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농협은행도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는 분할상환방식 경우는 다른 시중 은행보다 우대해 주고, 이자만 갚는 일시상환대출 상품에 대한 우대정책을 낮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평균 금리가 올라간 것뿐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