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차석용 부회장의 화장품 고급화 전략 ‘실패 기로’
LG생건 차석용 부회장의 화장품 고급화 전략 ‘실패 기로’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6.06.13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급화장품 ‘다비’, 브랜드 이미지 확산 실패로 론칭 3년 만에 전 매장 문 닫기로
일부 화장품서 유해물질 기준초과사용으로 품질 문제인데 자진회수서도 ‘늑장’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럭셔리화장품’ 전략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고급화전략을 추진하면서 소비자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유해성분을 기준치 이상으로 사용한 것으로 자체검사에서 드러나면서 자진회수 소동을 벌일 정도여서 LG생건 화장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차 부회장은 올 들어 화장품사업의 럭셔리화를 선언했다. 고급화·고가 전략으로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경쟁력 있는 럭셔리 브랜드로 중화권을 비롯한 해외사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나가겠다”며 “동시에 성장 잠재력이 큰 프리미엄 퍼스널케어 사업의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화장품 매출 중 ‘후’를 비롯한 고가 브랜드 라인인 럭셔리 화장품 매출 비중을 현재의 66%수준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생건은 그 일환으로 하반기엔 후의 전속모델 이영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임당 더 허스토리’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 예정이다.

하지만 우선 국내시장에서 럭셔리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이 프리미엄시장 공략을 목표로 지난 2013년 3월 론칭한 백화점 전용 럭셔리 브랜드 ‘다비(DAVI)’가 매장을 모두 정리하기로 한 것은 차 부회장의 고급화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음을 말해준다.

LG생활건강이 미국 다비사와의 제휴를 통해 선보인 야심작인 ‘다비’는 와인 포뮬라 비법을 담은 와이너리 화장품 브랜드라는 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품질수준에 비해 값이 워낙 비싼 탓에 시장반응은 싸늘했다.

LG생건은 이에 따라 다비매장의 정리에 들어갔다. 총 10개 매장 중 3개 매장이 이미 문을 닫은 상태로 나머지 7개 매장 역시 하반기 중으로 정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경영의 ‘귀재’라는 차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한계의 벽에 부닥친 셈이다.

다비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비롯해 잠실점, 강남점, 수원점, 센텀시티점, 동래점, 광주점을 비롯해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 현대백화점 중동점과 디큐브백화점에 입점 되어 있었으나 지난 3월 2일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매장을 철수한데 이어 4월 27일 현대백화점 중동점이 문을 닫았으며, 5월 25일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LG생건은 그동안 다비브랜드가 지지부진하자 화장품의 자연친화적 추세에 부응해 지난해 ‘다비 에이지 디파이 버건디 티 세럼’ 등 라인 6종을 출시하면 브랜드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으나 인지도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LG생건은 신제품 출시는 물론 고가브랜드 다비의 경쟁력향상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 한국시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모든 매장을 문을 닫을 상황에 이른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LG생활건강이 화장품사업의 급성장가도를 달려오면서 품질문제를 소홀히 한 점은 고급화전략에는 물론 전체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LG생활건강 계열사 ‘더페이스샵’은 그동안 일부 네일 제품에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유해성분인 프탈레이트(phthalate)를 기준치 초과, 과다 사용해왔다. LG생건은 자체검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자진회수에 나섰다.

화장품업계는 식약처가 사용기준치를 정하고 있는데도 LG생건이 이를 초과해 사용한 것은 품질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한다. 중소기업도 아니고 아모레퍼시픽과 더불어 국내화장품업계를 이끄는 LG생건의 품질관리가 이처럼 품질관리에 소홀해왔다는 사실은 화장품산업의 발전저해는 물론 중국시장에서 한국산화장품이미지에 먹칠을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 과정에서 LG생건 측이 신속하게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건강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사실을 말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준치를 초과해 소비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면 유통 중인 제품 전량을 서둘러 회수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LG생건은 자진회수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늑장수습의 모습을 보였다.

LG생건 측은 식약처에 보고하기 전에 자진회수를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자진회수에 들어간 것은 4일 후였다. 뿐더러 식약처 보고 전에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시점을 밝히지 않아 인체유해 네일제품이 얼마동안 유통됐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LG생활건강은 언제 자체검사를 실시해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얼마나 초과했고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서는 일체 밝히지 않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 같은 사실을 안후 상당시일이 지난 다음에 식약처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차 부회장이 그동안 화장품사업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 화장품의 회사미래를 견인할 효자사업으로 키웠으나 곳곳에서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사건들이 잇따라 경영의 한계에 부닥친 게 아닌가 하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