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매장 10개를 모두 철수할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데일리비즈온 엄정여 기자] LG생활건강이 프리미엄시장 공략을 목표로 지난 2013년 3월 론칭한 백화점 전용 럭셔리 브랜드 ‘다비(DAVI)’가 매장을 정리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와인 포뮬라 비법을 담은 와이너리 화장품 브랜드로 LG생활건강이 미국 다비사와의 제휴를 통해 선보인 야심작인 ‘다비’는 현재 총 10개 매장 중 3개 매장이 문을 닫은 상태로 나머지 7개 매장 역시 하반기 중으로 정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비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비롯해 잠실점, 강남점, 수원점, 센텀시티점, 동래점, 광주점을 비롯해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 현대백화점 중동점과 디큐브백화점에 입점돼 있었으나 지난 3월 2일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매장을 철수한데 이어 4월 27일 현대백화점 중동점이 문을 닫았으며, 5월 25일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는 미국 와인을 세계적인 명품 와인 반열에 올린 나파밸리 대표 와이너리로, 창업주 로버트 몬다비의 손자인 카를로 몬다비가 지난 2004년 피부과학 전문가들과 함께 피부 안티에이징에 최적화된 와인 화장품 포뮬라를 개발, ‘다비’ 화장품을 선보였다.
4대에 걸친 전통 제조 노하우를 계승해 최고의 와인 제조비법을 화장품에 접목한 와이너리 코스메틱으로 포도밭으로 유명한 미국 나파밸리의 노동자들이 캘리포니아의 강한 햇빛 아래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젊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다비’는 세계 10대 특급호텔로 꼽히는 전 세계 페닌슐라호텔 객실에 비치되면서 고급 화장품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대한항공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 고객에게 휴대용 화장품으로 공급돼 ‘일등석 화장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지난 2013년 3월 미국 다비 본사를 통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로부터 포도와 와인 성분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개발 생산 및 아시아지역 판매를 맡기로 제휴를 맺은 LG생활건강은 같은 해 12월 청주공장에서 다비 화장품을 전량 제조, 생산해 미국 다비 본사에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역수출에도 성공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비벌리힐스의 다비 본사 1층에 제품 전시와 체험공간으로 구성된 다비 쇼룸도 직접 디자인했으며, 자체 연구소를 통해 다비 전 제품의 제형과 디자인을 새 단장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미국에서 여성용과 남성용 제품을 각각 5종씩 선보였던 제품군을 40여종으로 확대했다. 인수합병(M&A)만 안 했을 뿐이지 사실상 운영 전반에 참여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자연성분을 담아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만든 화장품인 ‘슬로우 코스메틱(Slow Cosmetics)’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다비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슬로우 코스메틱’을 콘셉트로 ‘다비 에이지 디파이 버건디 티 세럼’과 ‘다비 미라클 로즈’ 라인 6종을 출시하며 브랜드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오휘, 후, 숨, 빌리프, 프로스틴에 이은 6번째 백화점 브랜드로 고급화장품 시장 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비’를 출시했으나 론칭 1년이 지난 시점인 2014년에도 인지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기대했던 실적에 미치지 못하자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은 바 있다. 결국 3년 만에 부진한 성적표로 정리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비 본사에서 LG생활건강에 ‘시슬리’에 견줄 만한 고가 화장품을 개발 의뢰하면서 시작된 전략적 제휴로 애지중지 공을 들였으나 사실상 3년여 만에 아픈 손가락이 된 것.
한편 LG생활건강은 매출 부진을 이유로 2014년 5월 말 백화점 전용 남성 럭셔리 화장품 ‘까쉐’를 론칭 1년 만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철수한 바 있다.
[사진출처 = LG생활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