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제주’ 마케팅서 성공해 타격 예상되지 않아…하반기 인증획득 준비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최근 화장품에서 ‘자연주의’ 콘셉트가 대세를 이루면서 국내화장품업체들이 제주산인증을 받기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양대 화장품사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청정이미지의 제주산 화장품인증을 활용한 치열한 판매전을 예고하고 있다.
8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그동안 청정, 자연, 천연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제주’를 활용한 마케팅전에서 아모레퍼시픽과 견줄 수가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올해 브랜드숍 순위에서 LG생건의 더페이스샵이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린 것도 바로 이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풀이다.
‘코스메틱 서트 제주’라는 제주산화장품 인증제도입 이전은 물론 현재도 아모레퍼시픽은 청정이미지가 강한 제주화장품을 다양하게 개발, 국내소비자는 물론 유커를 사로잡으면서 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다.
다른 국내화장품사들도 자연주의 콘셉트 화장품이 큰 흐름을 형성하면서 제주산 청정화장품이 중국소비자들에게 어필하자 ‘제주산’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그 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 공략 뿐만 아니라 해마다 급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현지시장에서 매장 확충 등 유커 공략에 있어서 제주 자연주의 콘셉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간파, 어느 업체보다 ‘제주’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2008년부터 청정 제주원료를 앞세운 이니스프리는 녹차, 화산송이, 푸른콩, 제주감귤, 한란, 동백, 백서향 등 제주자연을 원료로 한 다양한 화장품을 출시했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액이 5921억 원으로 전년 4567억 원 대비 30%나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1256억원으로 전년대비 756억원보다 64% 늘어났다. 이 같은 영업신장세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면서 마침내 브랜드숍 랭킹에서 이니스프리가 더페이스샵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물론 LG생활건강도 제주의 이미지를 심은 화장품의 개발과 판매에 소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에 비해서는 내용이 빈약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LG생건 뿐만 아니라 다른 화장품업체들도 ‘제주’를 파는데 너나없이 나서 최근 제주 이미지를 내세운 화장품이 약 80여종에 달할 정도로 난립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가 화장품업체들의 난립에 의한 시장혼탁을 막고 청정 제주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제주산화장품 인증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물을 제외한 제주산 원료를 10% 이상 함유하고 제주에 있는 생산시설에서 생산한 화장품에 대해 인증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인증마크를 주는 제도다. 인증마크를 받아야 진짜 제주산이라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해온 LG생활건강은 ‘메이드인제주 인증’은 호기라며 제주산인증을 받는데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인증획득에서 아모레퍼시픽보다 선수를 쳐 제주산화장품 시장 확보에 기선을 잡겠다는 의지다.
최근 인증제를 주관하고 있는 제주테크노파크가 14개 제품에 대해 ‘제주산’을 인증했는데 이중 10개가 LG생활건강의 제품이었다. 이번 인증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인 비욘드에서 기준에 맞춘 신제품 6종(피토모이스처 토너·에멀전 ·크림·에센스·아이크림·세럼) 출시했다. 제주산 밭벼·차조·보리 등 곡물성분과 제주 화산 암반수를 담았다.
또 다른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도 제품 4종에 대한 인증절차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2종(토너·에센스)는 기존에 있던 제품이지만 제주산 원료 함량을 10% 이상으로 높여 인증을 받는데 성공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4년 ‘제주라인 11종’을 출시한데 이어, 제주도 출연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 화장품 산업 및 브랜드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제주마케팅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LG생활건강은 내달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그동안 제주산 천연화장품개발에서 LG생건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유지해온 아모레퍼시픽은 청정 제주이미지를 쓸 수 없게 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그동안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왔지만, 아직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는 상태다. 매출에서 타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니스프리는 따라서 올 하반기 출시될 신제품부터 인증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신제품이 나올 때 조건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제주’ 마케팅에서 국내 양대화장품사의 ‘혈투’가 예상된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당장은 LG생건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이미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중국시장에서 제주산이미지를 담은 화장품들이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LG생건의 ‘제주인증’에 의한 성장둔화 효과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아모레퍼시픽측은 화장품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LG생건이 넘볼 수 없는 1위 자리를 굳혀 어지간한 충격에는 끄떡없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