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베트남, 깊어가는 밀월
호주-베트남, 깊어가는 밀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9.2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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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
-호주, “베트남 위해 작은 것 연연않겠다”
-적극적으로 중국 적대해야한다는 비판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사진=호주 스타옵저버)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얼마 전 베트남을 찾았다. 무역과 안보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였지만, 베트남 당국은 모리슨 총리의 방문 직후 호주 시민 반 캄 차우를 테러혐의로 기소했다. 반 캄 차우는 베트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중국적의 인권운동가로, 베트남의 지난한 민주주의의 개선을 촉구하다 얼마 전 당국에 체포되었다.

모리슨의 주요 방문을 앞두고 호주 내부에서는 차우 사건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외교채널을 통해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미국 및 유럽연합(EU)와는 달리, 호주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인권운동가의 탄압에 대해 정작 호주 정부는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모리슨 총리 역시 베트남을 방문하는 동안 차우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호주 국방아카데미의 칼라일 세비어스 교수는 이에 대해 “모리슨의 고위급 방문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계기를 낳았다”고 평했다. 호주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과 다름없다. 세이어스 교수는 이어 “호주와 베트남의 관계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협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입장에서는 베트남의 차우 체포와 구금은 베트남을 통해 얻어내고자 하는 바와는 사실 별 상관이 없다는 투다. 

차우 문제와는 상관없이 실제로 호주와 베트남은 태평양 일대에서 좀 더 긴밀한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미국의 중재도 있었다. 홍콩 영자지인 아시아 타임즈(AT)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의 방문은 기존의 포괄적 관계에서 전략적 파트너쉽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며 “기존의 친구 관계에서 ‘절친’ 관계로 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호주는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이 중국에 맞서 항법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베트남을 태평양 일대의 안보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모리슨 총리는 하노이를 떠나기 직전에도 “주권국가가 인도-태평양 일대에서 행사하는 자위권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레토릭이다. 물론 모리슨 총리는 일대 해상에서의 억압과 폭정을 언급하면서도 중국이라는 이름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이웃의 주권을 통제한다면 호주는 이에 대해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대의 안정과 번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부연도 있었다.

스콧 모리슨 총리의 베트남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가 급물쌀을 타고있다. (사진=CNN)

호주와 베트남은 국방 측면에서 오래 전부터 협력해왔다. 가령 베트남 장교는 1990년대부터 호주에 유학을 가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호주는 UN임무에 베트남 평화 유지군을 지원한 적이 있다. 아울러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3년째 참여하고 있다, 호주군은 베트남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도 응답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 사이의 사자안보대화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의 사자 대화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베트남의 권위주의체제와 지지부진한 민주주의가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투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이들 모두에게는 중국을 견제해야 할 유인이 존재한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과의 갈등이 남중국해에서 격화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동맹국이 필요해졌다.

물론 프랑스와 영국은 베트남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를 통하는 “항해의 자유” 순찰을 시작했다. 호주는 아직 이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호주가 조금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한다면, 하노이는 호주가 원하는 것을 조금 더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 중국과 적대해야만 하는 호주와 베트남

한편, 중국의 對베트남 압박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은 석유탐사장비를 베트남과의 분쟁지역 인근으로 이전시킨 바 있다. 얼마 전에는 중국 석유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가 베트남 남부 붕따우에서 360㎞ 떨어진 해상에 정박, 탐사 활동을 벌였다.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해역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이다. 하이양 디즈 8호는 지난 7월 초 해당 해역에 등장, 베트남과 중국측 해안경비정의 대치를 촉발했다. 베트남의 거센 항의로 한 달 만이던 지난달 8일 하이양호는 베트남 EEZ 밖으로 물러났지만 며칠 뒤 다시 진입, 현재까지 2개월 이상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 각국의 영유권 다툼. (사진=CNN)

호주는 사실 이 일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경제적인 유인도 적다. 베트남이 한창 관심을 기울이는 수자원 확보에 참여하는 호주 기업은 관심이 없다. 베트남의 국영기업 페트로베트남과 파트너쉽을 맺은 기업도 없다.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회사인 산도스는 작년에 원가절감을 이유로 동남아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철수시켰다.

하지만 추후 호주가 무슨 사업에 벌이든, 중국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변치 않는 관심사는 해양자원개발이다. 물론 호주는 일단 태평양 일대에서의 영향력 공고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막아야 할 이유가 있다. 실제로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남태평양 일대의 수로를 장악하는 것은 호주 입장으로서는 악몽과도 같기 때문이다.

물론 모리슨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해지고 싶다. 그러나 이는 베트남 입장에서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베트남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호주가 좀 더 ‘중국과 적대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의 흐엉 르 투는 “베트남은 모리슨 총리의 방문기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원했다”며 “차라리 호주의 외무장관 마세 페인이 최근 서명한 최근 호주-일본-미국 전략 대화에서의 워딩이 좀 더 그럴듯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시도는 베트남의 생존위협으로 작용한다. (사진=CNN)

물론 모리슨 총리도 할 말은 있다. 중국은 호주의 가장 큰 무역파트너다. 이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베트남도 중국이 대대적인 원조와 개획계획을 통해 이웃국가인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이 친(親)중국 노선을 급선회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최근 중국정부는 캄보디아에 해군기지를 30년간 독점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트남과 호주는 무역상대국을 잃는 것을 넘어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에 동의한다. 호주 역시 많은 사람들이 태평양 일대에서의 영향력을 위협받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은 최근 동티모르에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를 건설하며 일대의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이러한 이유로 중국을 언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모리슨 총리가 차우에 대한 언급을 포함해 중국과 베트남에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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