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저속 운행할 때 소음이 적다 보니 오히려 보행자 사고가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친환경 차 시대에 앞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저소음 차량의 보행자 안전 영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저속으로 운행하는 친환경 자동차의 사고율이 일반 가솔린·디젤차보다 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2년 동안 현대해상 고객사고 23만4167건을 분석한 결과, 느린 속도로 달리는 이면도로와 주차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사고율이 다른 차들보다 5.51% 높았다고 밝혔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인 가솔린차(3.54%)와 디젤(3.61%)차보다는 1.6배 높았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량 사고는 10살 이하 어린이(10.1%)와 60살 이상 고령자(20.2%)에서 높았다. 이처럼 사고 높은 것은 일반 차량은 먼 거리에서도 엔진 소리가 들리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같은 조건에서 일반 차량보다 소음이 10db이나 낮아 더 가까워져야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는 지난 2010년 저속운행 시 하이브리드차가 일반차보다 보행자 사고율이 2배 높다는 통계를 내놓은 바 있다.
하이브리드 차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해외 국가들은 저소음 친환경차에 ‘가상엔진음 발생기’를 의무 부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2018년, 유럽연합은 2019년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가상엔진음 발생기는 차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인공적으로 만든 소리를 방출해 보행자에게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이 같은 치명성을 지적하고 정부가 나서 한시바삐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일 박사(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안전 문제를 풀기 위해선 우리도 일본 등 선진국처럼 인공적으로 '접근 통지음'을 내는 장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