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화장품주가 폭등세를 보이면서 기업공개시장에서도 기업공개를 추진중인 화장품회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시에서 화장품주의 거품론이 일면서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화장품사에 대한 투자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증권계와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에서 화장품 열풍은 증시활황을 주도했다. 지난해 종합사 OEM사 원부자재 브랜드숍 지주회사 등 모든 화장품기업의 주가가 대폭 올랐다.
연초 대비 100% 넘게 폭등한 상장사도 5개에 달했고 나머지 대부분의 상장화장품사는 두 자리 수 이상의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화장품관련 상장기업 23개사의 지난해 평균주가상승률은 무려 73%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1백만원 간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해 장 마감 시 종가는 414,500원으로 연초대비 77.9% 급등했다. 지난해 초 주가가 200만원은 넘어서 황제주로 등극한 아모레퍼시픽은 증시의 최대화제주로 부상하면서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많은 증시전문가들은 액면분할한 아모레퍼시픽주가 앞으로 몇 년 새에 1백만 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주가의 빠른 뜀박질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삼성가 오너 부자 사이에서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대한민국 주식부호 2위를 차지했다.
엘지생활건강도 올해 황제주 타이틀을 따냈다. 엘지생건은 1,050,000원으로 올해를 마무리하면 연초대비 69.9%나 성장했다. 시가총액도 16조3991억으로 20조원를 눈앞에 뒀다. OEM ODM 기업들의 주가도 거침없는 상승가도를 달려왔다. 코스맥스 82.2%, 한국콜마 117.4%, 한국화장품제조 320.4% 산성앨엔에스 22.8% 등 대표기업들은 그야말로 폭등세를 기록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뛰어난 실적이 주가의 도약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중국발 M&A설에 따른 시장 기대치가 반영된 모습이다.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내수경기침체를 몰고 온 메르스 사태 등의 악재 속에서도 화장품주가 고공행진을 한 원동력은 뭐니 해도 중국특수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발 수요폭발에 따른 기업들의 고실적과 불황의 반사이익으로 화장품에 쏠린 관심과 돈이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의 특성과 결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등 상장준비
화장품주열풍에 화장품사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데 힘입어 올해도 적지 않은 화장품회사들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숍의 강자인 네이처리퍼블릭, 카버코리아, 클리오, 클레어스코리아, SD생명공학 등이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신증권이 주관사를 맡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은 3천억 원에 가까운 매출로 이미 상장작업에 착수, 상장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시장에서 대박을 친 ‘마유크림'으로 알려진 클레어스코리아도 KDB대우증권과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매출은 1000억 원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A.H.C 브랜드를 운영 중인 카버코리아와 동물디자인을 입힌 마스크팩으로 알려진 SD생명공학 등도 상장에 적극적이다.
화장품기업들이 기업공개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K-뷰티'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 등에 힘입어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외 자본들이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도 늘린 것도 주요요인중의 하나다.
고개드는 거품 경계론
하지만 공개추진기업이 모두 '대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얼마전 부터 시장에서는 화장품주 거품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작년 12월 28일 상장한 원브랜드숍(단일브랜드) 화장품 브랜드 잇츠스킨이 3거래일째 공모가를 밑돌며 연말을 마감했다.
잇츠스킨은 지난달 30일 1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쳐 전 거래일에 비해 5500원(3.73%)오른 가격이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밑돌았다. 잇츠스킨도 4일 현재 공모가 17만원보다 내린 15만7000원에 거래 중이다.
앞서 코스닥에 사장한 마스크팩의 선두주자인 산성앨앤에스는 지난해 중국정부가 일명 ‘보따리’장사를 비롯한 대리상을 규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화장품주열풍이 증시를 휩쓸던 지난 7월10일 상장한 토니모리는 시초가가 공모가 3만2000원의 2배인 6만4000원에 형성됐었다. 하지만 이후 조정을 받으며 지난달 30일 3만7850원에 마감됐다. 여전히 공모가보다는 높지만 시초가와 비교하면 반 토막을 겨우 면한 상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화장품회사들이 중국소비수요에 힘 입어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증시상승을 주도했으나 각 회사별로 회사내용이 천차만별인 만큼 화장품회사라는 것 만 믿고 묻지만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 현재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회사의 경우 재무자료 등을 통해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 지 등을 살펴본 후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서 “특히 소수 히트상품과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회사는 하루아침에 영업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