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측 “사회통념상 합리적, 불법 아냐…성과연봉제 불이익변경요건 해당 안돼”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9개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8개 기관이 노사합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의결로 성과연봉제도입을 완료, 금융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투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금융공공기관 노사는 이사회의결만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정반대의 해석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일단은 도입하는데 성공했지만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수출입은행을 마지막으로 9개 금융공공기관 모두가 성과연봉제도입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8개 기관이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의결만으로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도입을 마쳤다.
이사회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도입을 강행한 금융공기업은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등 7개소다. 이들 기관의 노조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 소속돼 있다.
금융노조 소속이 아닌 금융공공기관으로는 예금보험공사와 예탁결제원인데 이 두 기관은 한 달 차이를 두고 각각 지난달 27일, 27일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9개 금융공기관 중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한 8곳이 모두 노조의 강력한 반대투쟁에도 노사합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셈이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외견상으로는 성과연봉제 찬반 투표에서 반대가 62.7%로 나와 부결됐지만 노조위원장이 사측과 합의해 노사합의에 의한 정상적인 도입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공공기관 9곳 모두가 성과연봉제도입을 마쳤으나 8개 기관의 노조가 강력한 반대투쟁에 나서 과연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문제고 노조와 사측은 서로 접점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첨예한 대립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공공기관 노사가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것은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둘러싸고 노사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사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이 속한 노조가 있을 경우 노조의 의견을,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반 이상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동의가 필요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노조 측은 밝히고 있다.
노조 측은 무엇보다도 고용노동부가 이미 지난 1월에 저성과자를 해고하고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양대 지침을 발표한 상황이고 금융공기업 노동자는 제조업 종사자와 달리 성과를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데 성과연봉제를 ‘저성과자’이름으로 명예퇴직이나 해고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사측의 입장은 노조와는 너무나 엇갈린다.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불이익 변경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성과연봉제는) 임금총액이 감소하지 않고, 수혜대상이 더 많으며 누구든 성실히 일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역시 성과연봉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어 노조나 근로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사측들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와 사측은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17조는 공공기관 이사회의 설치와 기능을 규정하면서 “이사회가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용자들이 임명한 이사회 의결이 노조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성과연봉제를 노조동의를 받지 않고 도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