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1600억 추가로 적립해야…올해도 수천억원 적자경영 불가피

[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농협은행이 거액을 대출해준 STX조선해양이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거액의 대손충당금적립부담을 안게 되면서 올해 수익에 적신호가 올랐다. 거대규모의 적자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서는 이경섭행장의 방만경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행장이 부실기업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과 관련, 다른 대부분의 채권은행들처럼 회생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도 판단미스로 뒤늦게 크게 불어난 충당금을 적립해야하는 부담을 안으면서 은행의 부실화를 자초했다.
이 행장은 STX는 물론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해운업체들에 거대규모의 대출금을 물려 은행의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되자 간부급이상 직원들의 임금10% 자진반납 등의 감량경영에 착수, 무책임 경영의 진수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 농협은행 관계자는 “STX조선에 7765억원을 대출해줘 해당 금액만큼의 충당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지난해 4956억원에 이어 올해 1179억원을 적립하는데 그쳐 1630억 원 가량을 추가로 적립해야할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신한·KEB하나·우리 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들이 STX조선이 회생하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 2014년부터 관련 충당금을 전부 적립하고 오래전에 STX에서 손을 뗀 상태이다. 그런데도 농협은행은 채권확보에서 무사안일하게 대처해오다 크게 불어난 충당금을 뒤늦게 적립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농협은행의 올해 장사는 이미 끝나 큰 폭의 적자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당금은 부실대출에 대비해 은행이 적립해 두는 돈이다. 만일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충당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경우 금융당국의 조치를 받을 수 있기에 은행으로선 대출해준 기업이 부실해지면 부족한 충당금 만큼 위험부담도 커진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STX조선에 대한 대출금의 부실로 4956억원에 이르는 충당금을 적립한 탓에 25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의 지난해 부실채권 비율(전체 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27%로 전년도보다 0.64%포인트 증가했다. 부실채권 금액도 전년도보다 1조4000억원 늘어난 4조2000억원을 기록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이처럼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지난해 높았던 것은 선수환급금보증(RG)을 포함해 1조5000억원가량의 여신이 물려있는 STX조선해양의 경영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900억원) 대비 64.2% 감소한 322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부실채권 비율이 크게 상승한 것은 STX조선 부실채권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에만 해운ㆍ조선사 등에 3328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농협은행은 올해도 4월 기준으로 STX와 관련한 충당금 1179억원을 추가 적립한 상황이다. STX조선 뿐만 아닌 대우조선 문제, ‘농협’ 명칭 사용료 지불건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대우조선해양 여신이 ‘요주의’로 낮춰 질 경우 농협은 최하 1000억원 상당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등급이 떨어질수록 충당금 비율이 높아진다. 게다가 농협은행은 매년 명칭사용료로 3000억원 정도를 농협중앙회에 지불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오는 6월말까지 STX와 관련된 대손충당금 마련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결국 올해도 적자운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 경영실적을 가늠할려면 6월말경 농협은행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을지가 결정되야 정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현재로선 경영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이경섭 행장도 지난2월 실시한 전국 영업현장 토론회에서 “부실채권 문제가 올해 농협은행 경영목표 달성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