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매일 화장품을 사용하는 여성들은 ‘옥시살균제사태’를 계기로 화장품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이 인체에 해롭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은 피부에 자주 바르지만 과연 인체유해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식약처나 화장품업체 및 전문가들은 화장품의 유해문제에 대해서는 일단은 안심해도 좋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100% 안심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화장품성분이 외국에서는 인체 유해논란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일부 영세화장품업체들은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화장품을 제조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화장품 유해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시판되는 대부분의 화장품에 대해 세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총 4단계 검증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화학물질이 함유된 화장품이 인제에 해로울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화장품 위해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평가는 ‘위험성 확인’ ‘위험성 결정’ ‘노출평가’ ‘위해도 결정’ 4단계로 이뤄진다. 식약처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을 결정하고 사용허가시에는 사용량 제한기준을 마련한다.
식약처는 또한 2008년부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를 도입해 제품의 용기나 포장지에 함유성분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옥시파동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화장품에 포함된 보존제나 자외선 차단 성분 등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유해 우려 성분들은 함유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화장품업체들 역시 마음 놓고 써도 된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한다. 유해논란에 휘말리면 회사가 거덜 날 수도 있어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일부 영세 중소화장품업체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화장품회사들은 철저한 검수 후 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해논란이 일 소지는 희박하다는 것이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화장품 업체 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 성분에서 유해논란이 일면 회사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자체검수를 하는 것은 물론 식약처의 사용제한은 넘지 않아도 문제의소지가 있으면 대체물질을 찾던가 아니면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는 최근 옥시사태로 화학물질성분이 들어가는 화장품의 유해가능성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원료나 성분이 식약처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는 전무하기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살균제나 탈취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도처에 도사린 위협요인
하지만 유해논란 소지가 많은 화장품내 화학성분은 도처에 잠재해 있다. 국내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된 성분이 외국에서는 유해논란으로 법정소송중인 사례가 많다. 예컨대 민감성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크림 등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인 디메치콘의 경우 국내에서는 사용제한이 없으나 캐나다에서는 유해독성물질로 분류돼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미국에서 파우더에 들어가는 탤크의 경우 발암가능성물질로 분류돼 있는데도 소비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법원으로부터 난소암으로 숨진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판결을 받았다. 사우스다코타주에 사는 리스테선드(62)라는 사람은 40년간 이 탤크가루가 함유된 존손앤존슨 베이비파우더와 여성위생제품을 사용하다 난소암진단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영세화장품업체들이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고 화장품을 생산해 이들 제품에는 금지된 화학물질이 들어가거나 사용량이 허용치를 초과한 경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영세화장품업체들은 화학성분에 무지하거나 혹은 원료가 싸다는 이유로 검증절차를 생략하고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인식을 주는 천연화장품에서도 유해논란 소지는 다분하다. 화장품사들은 천연물질을 강조하면서 천연화장품은 안전에 아무런 위험이 없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으나 일부 천연성분에는 독성이 있을 수 있어 사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천연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도 독성이 있을 수 있다”며 “전문가가 아니면 각 성분이 만나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알기 힘든 만큼 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유통기한이 긴 화장품 특성상 보존제(살균제)가 포함돼 있어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변질방지를 위한 보존제는 장기간의 임상실험을 통해 검증된 성분이고 식약처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존제 성분을 쓰지 않으면 변질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돼 화학물질이라고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은 피해야 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비자들은 성분표 꼼꼼하게 살펴야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유해성분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우선적으로 스스로가 화장품에 부착돼 있는 성분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문제는 소비자들이 성분내용을 잘 알지 못해 구매결정정보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이런 정보들을 제공하는 앱 등을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옥시 사태 이후 방문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화장품 정보 제공 앱 ‘화장품을 해석하다’(화해) 등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 앱은 국내외 6만2000여개 화장품과 170만여 건의 성분 데이터를 분석해 식약처 기준에 충족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문헌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은주 연성대 뷰티스타일리스트과 교수는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란 저서에서 ‘20가지 주의성분’을 위험도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부틸파라벤 △소듐프로필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옥시벤존 △디엠디엠하이단토인 △BHA부틸하이드록시아니솔 등 보존제 성분은 자주 노출될 경우 유해성 논란이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위험도가 중간 단계인 트리에탄올아민, 소듐라우레스황산염, 소르빅산 등 다른 성분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그는 이 책에 열거된 성분이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제한범위 안에서 쓸 수 있으나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이 책이 나온 6년 전만 해도 파라벤을 방부제로 쓰는 화장품이 95%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업계관계자들은 특히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보다 얼만큼 함량됐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환경부의 기준치를 초과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기업은 이번 옥시파동을 계기로 화장품에 함유된 화학물질의 인해 유해성여부를 보다 철저하게 따져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화장품 함유화학물질 중 유해 논란이 있는 성분도 많아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식약처와 화장품업체들은 매일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의 화학물질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더 많이 연구해 생산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사용제한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