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성당 복원성금 놓고 ‘설왕설래’
노트르담 성당 복원성금 놓고 ‘설왕설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4.18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업 기부가 세수감소 초래해
-케링그룹 CEO, “세금공제 혜택 포기”
15일 저녁(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 연기와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연 노트르담 대성당은 나폴레옹의 대관식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중세부터 근대 현대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노트르담 성당 복원을 위한 모금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대기업들의 거액기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란 조끼' 등 좌파진영을 중심으로 거액을 기부한 대기업들에 '생계에 위협을 받는 서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라'는 요구와 함께 대기업들의 거액기부가 결과적으로 국가의 세수(稅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부에 따른 세액 공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성당의 복원은 국가 예산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성당 복원을 위한 대기업들의 거액기부로 인해 좌파진영으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거액기부로 정부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분노를 촉발했다는 것. 심지어 일부 보수세력으로부터도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대기업들의 복원 기부에 정중한 거절의 뜻을 밝히며. 성당을 5년 내로 복원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저소득층의 곤경에 무관심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부자 친구들’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며 생계유지에 급급한 저소득층을 위해서도 모금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란 조끼 운동의 창시자인 잉그리드 르바바세르는 “사회적 고통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성에 대해 소셜미디어상의 분노가 점증하고 있다”면서 “그들(대기업)은 노트르담을 위해 하룻밤 사이 엄청난 액수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경우 기부한 액수의 최대 66%만큼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프랑스 납세자들이 비자발적 기부자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 세수가 세액 공제 혜택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에 공화당 소속의 질 카레즈 의원은 대기업들의 거액기부가 정부 예산에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만약 기부액수가 7억 유로라면 2020년 정부 예산에서 4억2천만 유로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노조 CGT 지도자 필립 마르티네스는 “만약 그들(대기업)이 노트르담 복원에 수천만 유로를 기부할 능력이 있다면 더는 ‘사회적 긴급사태’에 지불할 돈이 없다는 소리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거액기부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앞서 1억 유로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던 프랑스 명품기업 케링 그룹의 소유주 피노가(家)는 1억 유로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찌와 입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은 “프랑스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역시 성당 복원을 위한 소액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1000유로까지의 개인 기부에 대해 세액 공제율을 75%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화재 하루 만에 재건을 위한 성금이 7억5000만유로(약 9630억원) 이상이 모인 바 있다. 앞선 캐링 그룹에 이어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2억유로(약 2560억 원)를 쾌척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화장품기업 로레알을 이끄는 베탕쿠르 가문은 2억유로를 쾌척했다.

이 밖에도 프랑스계 은행그룹인 BNP와 광고회사 제이씨데코(JCDecaux)가 각각 2000만유로를 내겠다고 했다. 보험회사 악사(AXA)와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도 각 1000만유로를 약속했다. 프랑스 에너지 회사인 토탈(Total S.A)도 1억유로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IT(정보기술) 거인 애플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작업에 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노트르담의 꼽추' 시리즈를 제작한 디즈니도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