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대상으로 해동 실험 시도는 없어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얼었던 금붕어가 해동된 뒤 물에서 다시 살아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금붕어 급랭 실험’이라고 부르는 이 실험은 과학과 관련된 방송 등에서 단골 소재로 활용된다. 꽁꽁 얼어 죽은 듯 꼼짝 않던 금붕어가 해동이 된 후 물에서 헤엄치는 장면은 마치 죽었던 생명이 부활하는 장면을 보는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실험은 살아있는 금붕어를 영하 196도 액체 질소에 넣은 뒤 얼마 후 해동시켜 물에 넣어 헤엄치는 장면을 연출해낸다. 그런데 이 실험의 비밀이 있다. 바로 영하의 액체 질소에 들어간 금붕어는 실제로 언 것이 아닌 것. 금붕어 주위 물만 순식간에 얼 뿐이다. 이같은 이유로 금붕어를 해동시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 부피가 10% 정도 늘어난다. 동물의 몸이 얼면 체내의 수분이 얼음 결정을 형성하고 조직을 파괴한다. 얼음 결정이 생기면 세포는 탈수 현상을 겪어 쭈그러진다.
금붕어 실험에 영감을 받고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영화가 하나 있다. ‘데몰리션맨’이라는 영화는 냉동 감옥에 갇히게 된 인간을 그려내 흥미로움을 유발했다. 냉동 감옥은 사람을 금붕어처럼 급랭시켜 수십 년간 가둬두는 미래형 감옥이다.
냉동 감옥에 갇힌 죄수는 무의식 상태로 생명유지 프로그램과 재활교육 프로그램을 겪게 된다. 이 프로그램으로 죄수의 의식을 개조하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은 무려 70년동안 감옥에 갇혀있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역시 영화일 뿐. 현실적으로 금붕어가 아닌 사람을 얼려 70년을 보존하는 것은 과학 전문가에 의해 무리라는 설명이다.
냉동 보존이 가능한 경우는 냉동시켰을 때 체내에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조직이 파괴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할 수 있다. 냉동 기술의 핵심은 바로 얼음 결정의 형성을 막는 데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현재 연구 중인 냉동 기술 원리는 삼투압을 이용해 수분을 빼내고 대신 글리세린과 같은 동결 보호제를 투입한다. 동결시키면 조직 파괴를 막을 수 있다. 해동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진행하면 된다.
세포를 단 한 개만 동결했다가 해동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실험돼왔다. 하지만 동결 대상 개수가 많아지면 냉동 기술이 어려워진다. 수정란 냉동 기술은 이 같은 이유로 1970년대가 돼서야 성공한 바 있다.
아직 동결했다가 해동됐다는 냉동 인간 소식은 못 들어봤지만 수 년 전 개와 토끼를 동결했다가 해동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된 바 있다. 전문가는 이를 두고 냉동 기술이 현재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냉동 인간에 대한 전문가의 확신이 발표된 때인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에팅거라는 이름의 학자는 인간을 냉동시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해동시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을 최초로 학계에 낸 것이다.
지난 1997년 복제 양 돌리를 기억할 것이다. 돌리의 탄생엔 냉동 보존 기술이 사용됐다. 이에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학자들이 있다. 냉동 인간이 해동될 시 소생되는 것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냉동 상태로 보존된 인간이 상당수 미국에 있단 사실은 매스컴을 통해 많이 전해진 바 있다. 현재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냉동인간 기업은 미국에 세 곳, 러시아에 한 곳 등 총 네 곳이다. 최초로 설립된 곳은 디트로이트 소재 냉동보존연구소(CI)다. 또 애리조나주 소재 알코르 생명연장재단, 오레곤주에 있는 오레곤 크라이오닉스가 있다. 러시아엔 크리오러스라는 곳에 65구의 시신이 냉동 보존 되어 있다. 알코르 생명연장재단에 냉동 캡슐을 예약해 놓은 이들은 연회비 200달러를 지불한다. 또 전신 냉동 보존료 10만 달러와 두부(頭部) 냉동 보존료 3만 5000달러의 비용을 받는 생명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계약자의 신원은 극비리에 유지된다.
최초 냉동 인간은 미국의 심리학자 베드퍼드 박사다. 그는 지난 1967년 당시 사망 전인 75세였던 때 냉동됐다. 사망한 야구 선수 테드 윌리엄스도 냉동 인간의 대표적인 사례다. 자녀들의 뜻으로 냉동 보존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60년대 사망한 디즈니 창시자 월트 디즈니가 냉동 인간으로 보존됐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냉동 인간이 보존되어 있는 업체도 존재하고 실제 냉동 보존돼 있는 시신도 상당하지만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성공한 전례가 없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것은 쉽게 시도하기도 힘들다. 한 영화에선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간이 인간을 납치해 동물 실험 대신 인간에 대한 여러 실험을 해보는 내용의 영화였다. 결국 완벽한 실험을 위해선 동물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 밖에 없는데 그것이 정상이겠느냐는 우려를 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이 가운데 과학자들은 뇌와 생명 현상의 모든 인과관계가 밝혀졌을 때 냉동 보존 기술이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로선 학자들도 냉동 캡슐을 열기 전까진 인간이 다시 소생될 수 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신체 냉동 과정 중 뇌의 부피가 커져 세포막 손상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연하고 수분 함량이 높은 뇌는 100억 개가 넘는 신경 세포로 가득 차 있다. 단 하나의 세포에만 이상이 생겨도 다른 신경 세포들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키며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과학기술이 발전된 미래로 가보자. 미래의 전문가들이 과거 냉동됐던 캡슐에 대해 냉동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소생 불가는 물론이거니와 심각한 사안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또 우려가 되는 것은 부활된다 해도 기억이 회복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가장 우려한다. 기억의 회로에 해당하는 신경세포의 연결은 온전한 보존이 어렵다. 또 원상태로 되돌리기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