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그리스는 전통적 해운강국이다. 최근 몇 년간의 국가 부도사태로 선사들의 발주도 최근 자연히 주춤했으나, 지난해 경기 저점을 넘기면서 전통적인 ‘큰 손’의 투자에도 다시금 불이 붙었다는 평가다.
23일 영국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세계에서는 모두 657억 달러치의 배가 발주됐다. 이 가운데 그리스 선사들이 가장 많은 95억 달러를 투자했다. 글로벌 발주액은 2017년의 692억 달러보다 6.5% 정도 줄었지만 그리스가 쓴 돈은 무려 75%가 늘었다.
해운업은 그리스 경제의 7.5%를 차지한다. 그리스 해운업체들이 EU 전체 선박의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그리스의 금융위기가 2015~2016년 정점을 찍자 조선3사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선사들이 자금 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신규 선박 발주액은 2014년 127억 달러에서 2015년 77억 달러, 2016년에는 31억 달러로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그리스가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을 졸업한 데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유럽연합의 증세 압박을 방어하면서 선사들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LNG운반선 발주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그리스 선사들은 지난해 LNG운반선 발주시장에서 주요 구매자로 떠올랐다.
카디프가스(TMS Cardiff Gas)와 테나마리스(Thenamaris), 알파가스(AlphaGas) 등 2014년경 처음 LNG운반선시장에 뛰어 들었던 선사들은 지난해부터 다시 이 선종의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미네르바 마리타임(Minerva Maritime), 캐피탈가스(Capital Gas), 랏스코시핑(Latsco Shipping) 등은 지난해 처음으로 LNG운반선을 발주해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이 한국의 조선3사에 LNG선을 발주한 가장 큰 이유로는 한국의 기술력이 꼽힌다. LNG선의 기술 지표가 되는 천연가스 재액화장치 건조는 한국이 장기로 삼는 분야다. 천연가스 재액화장치는 LNG선 운항 중 화물창에서 자연적으로 기화되는 천연가스를 재액화해 다시 화물창에 집어넣는 장치로 운반시 LNG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오는 2020년 환경규제를 앞두고 선사들 사이에서는 천연가스 연료가 대세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운반시 자연 기화되는 천연가스를 선박 연료유로 활용하는데 있어 손실을 최소로 줄이고 최대로 재활용할 수 있는지가 화두다. 이에 LNG 재액화장치 부문 등엣도 아직까지 한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NG운반선 물량은 사실상 98%가량을 한국 조선사들이 쓸어가는 만큼 조선3사가 실질적 수혜자”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가장 많은 LNG운반선을 발주한 선주는 그리스 선사들이다. 그리스 카디프가스(TMS Cardiff Gas)와 캐피탈가스(Capital Gas)가 각각 4척씩을 발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