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기획재정부가 성과연봉제 이행 공공기관수를 부풀려 발표해 이를 미도입 공공기관에 대한 도입 압박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공노조측은 정부와 공공기관 사측이 이 말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거나 강행하고 있다면서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는 불법, 또는 편법으로 성과연봉제도입을 추진하는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대도입과 관련 53개 기관이 이행한 상태라고 밝혔으나 이중 절반 이상이 불법·편법논란에 휘말려 사실상 성과연봉제도입을 확정지은 상태가 아니어 정부가 도입기관수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측이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이행기관 53곳(9일 기준)의 취업규칙을 분석한 결과 이중 22개 기관은 일부 직급에만 연봉제를 도입하고 아직도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성과연봉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노사합의에 의해 임금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필요 없는 임원 등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공공기관노조 관계자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인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노사대립이 불가피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압박에 못 이겨 이같이 일부직급에 한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22개 기관 중 54.5%에 이르는 12개 기관에서는 불법도입 논란이나 노사합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드러나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예컨대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조합원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부결시켰는데도 노조위원장이 단독으로 합의해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고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발전과 지역난방공사·고용정보원·부산항만공사 등은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도입을 의결해 노사가 대립돼 있는 상태다.
공공기관 노조 측은 정부가 아직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볼 수 없는 기관까지 포함시켜 성과연봉제를 도입 공공기관수를 부풀려 공개한 것은 아직 미도입 기관에 대해 도입을 서두르라는 일종의 압력으로 보고 있다.
이정환 공공노련 정책실장은 “기재부가 이미 성과연봉제 시행기관을 도입기관으로 발표하고, 노사합의 없이 편법으로 의결한 곳도 무조건 인정해주며 실적 부풀리기에 치중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기관에 도입을 압박하고, 노조 동의보다 편법을 동원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노조 대표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동투쟁을 강화하고 나섰다. 한국노총과 민노총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대위 지도부도 11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 오는 6월 말까지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공기업정책연대 소속 노조간부 500여명은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앞에서 간부결의대회를 열고 불법도입을 막자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정책연대는 이달 말까지 노숙투쟁을 진행하는 한편 매주 수요일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또 남부발전노조를 비롯해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일방 도입한 8개 기관 노조는 사측을 노동부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해철 공기업정책연대 의장은 “6월 초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정부와 사측의 폭압이 예상된다”며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와 적극 연대해 노예연봉제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해 “공공기관의 부당노동행위는 국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