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정부가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도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방만 경영으로 해마다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면서도 거액의 연봉을 챙겨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성과연봉제도입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사간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두 국책은행의 부실경영에 대한 국민실망이 커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성과급연봉제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나 노조는 이에 극력 반대하면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노사간 대립이 첨예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룡 위원장은 10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9개 금융 공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등 보수, 예산, 정원 등에 대한 불이익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금융공공기관이 무사 안일한 신의 직장이라는 국민의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 및 정원 통제권을 무기로 금융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정책금융을 방만하게 운용하여 거대규모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금융공공기관 중에서는 최우선으로 성과주의를 채택토록 할 방침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방만경영'에 국민은 실망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특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구조조정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은 민간금융회사가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은과 수은 두 기관은 그동안 경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고 자본 확충이 절실하다"면서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공기업 잣대를 적용하면서 이들 국책은행은 성과보수 비중이 30% 이상으로 대폭 올랐다. 지난 2014년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성과보수 비중은 각각 34%와 33%로 공기업수준을 넘는 것은 물론 9개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천문학적 적자에도 연봉은 갈수록 늘어?
산업은행의 경우를 보면 경영은 엉망인데 보수는 너무 높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재벌닷컴 분석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3월말 현재 145곳에 36조6388억 원을 지분 보유 또는 출자 등의 형태로 투자하고 있고 이 가운데 58.6%인 85곳에서 장부상 평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그 규모는 2조9800억 원으로 원금의 8.1%에 이른다.
부실은 곳곳에서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산업 34건에 투입한 1조6189억 원은 3분의 1인 5245억 원이 증발하고 일자리 창출 투자에 쏟아 부은 3525억 원은 태반인 2315억 원이 날아갔다. 기업 재무구조 개선 지원 투자금 3268억 원은 장부상으로 1천억 원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은 작년 말 현재 7조3270억 원이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익이 날리 만무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무려 1조8951억 원으로 17년만의 가장 큰 규모의 적자였다. 산업은행은 최근 3년 동안의 적자가 2조7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현재 811.82%나 되고 있다.
그런데도 연봉은 불어만 났지 깎인 적은 없다. 재벌그룹을 비롯한 대형 부실기업에 물린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난해 기관장은 전년보다 더 오른 1억8115만 원의 ‘성과상여금’을 받았다. 여기에 기본급까지 합치면 3억6000만 원 넘는 연봉을 챙겼다. 경영을 잘하고 못하는 것과 성과급은 상관이 거의 없다.
산업은행은 직원들의 연봉도 간단치 않다고 했다. 평균 ‘억’이다. 연봉 수준이 300여 공기업 가운데 10등 안팎이라고 했다.
산은 및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여전히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금융노조는 성명을 통해 국책은행의 성과주의 확대는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10일에는 공공부문 산별노조와 함께 공동 투쟁을 선언했다. 공동 투쟁에 참가하는 공공부문 노조들은 11일부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성과연봉제도입을 둘러싸고 금융공공기관의 노사갈등이 본격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