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타마 신도시는 일산과 분당의 미래? 신도시 고령화 대책 시급
일본 타마 신도시는 일산과 분당의 미래? 신도시 고령화 대책 시급
  • 박종호 기자
  • 승인 2018.08.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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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꿈의 뉴타운'으로 불리던 도쿄 타마 신도시, 유령도시 전락...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집값 폭락
- 아파트 임대 수익, 은행 이자수익만도 못해...10채 중 8채가 공실인 집주인도 있어
- 타마 신도시 벤치마킹한 한국 신도시들, 단기간 개발돼 문제 더 심각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도쿄 서쪽에 위치한 타마신도시는 1970년대부터 입주를 시작해 2000년대까지 이른바 신도시의 모범을 보여준 뉴타운이었다. 도로와 인도를 철저히 분리하는 설계 및 녹지 비율이 30%를 넘는 구조 등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타마신도시는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인구가 급속히 도쿄로 유입되자, 부족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특히 신주쿠까지 대중교통으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타마신도시가 심상치 않다. 가장 유명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지만 종이로 창문을 가린 아파트가 많다. 모두 빈집이라는 뜻이다. 다다미가 상하지 않도록 창문을 가려둔 것이다. 아파트 한 동의 우편함을 보아도 3분의 1 이상이 '빈 집'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타마신도시의 '타마뉴타운'의 아파트 전경. 여느 한국 아파트와 달리 주차장에 차가 거의 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연합뉴스)
타마신도시의 '타마뉴타운'의 아파트 전경. 여느 한국 아파트와 달리 주차장에 차가 거의 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연합뉴스)

2000년대 고도성장기의 입주민들이 고령화되면서 빈집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떠나고, 노부부는 도심의 작은 집으로 이동했다. 인구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주택을 과도하게 공급한 것이 타마신도시를 유령도시로 만든 것이었다. 인구감소로 학교들은 폐교되었고, 상점들도 문을 닫아 기반시설이 취약해졌다.

◆임대수익이 이자수익보다 적어...집값 폭락에 집 주인이 부동산 찾아가 칼부림 하기도

최근에는 집을 10채나 가진 집 주인이 부동산 중개소에서 칼부림을 한 사건도 있었다.

집은 10채였지만, 8채가 공실이었기 때문이다. 공실의 경우 집 주인은 일반적으로 이자와 관리비 등을 떠안게 되는데, 중개회사의 꼬임에 넘어가서 집을 10채나 샀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 관계자는 "공실도 많은 데다가 최근 지진 등으로 수리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경우도 있다.

부동산업자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두면 향후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꼬셔 덜컥 집부터 사버린 경우다. 한 가장은 "주택 임대자를 구하기 위해 임대료를 낮추고, 중개 수수료를 제하고 보니 월에 남는 금액이 5만6000엔(우리돈 약 56만 원)정도다"라며 "주택 구입비를 은행에 맡겼을 때의 이자수익보다 적은 금액"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주택을 다시 팔자니 3년 전 구입했을 때의 금액과 비교해 정확히 반 값"이라며 "이 아파트에 사는 세대 수는 이제 10세대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신도시의 아파트를 20년 전에는 3000만 엔(우리돈 약 3억 원)의 대출을 끼고 (당시 가격으로 아파트값은 우리돈 약 4억 원) 구입하는 경우가 흔했다"며 "하지만 현재 도쿄로부터 20~30km 떨어진 위성도시의 아파트 시세는 500만 엔 정도(우리돈 약 5000만 원)"라고 밝혔다. 이런 경우 대출 원금 3000만 엔에 대한 이자는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도시에는 아이들이 없어져 학교들이 폐교되고, 기타 부대시설들은 장사가 안 되니 도시로 이주한다. 도쿄 등의 중심가는 아직도 땅값이 완만히 오르고 있지만, 저 먼 지방은 물론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 일산 같은 위성 도시들은 이미 초토화된 상태다. 일본 부동산의 현실이다.

◆리모델링이나 재건축도 옛말...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이제는 도쿄의 외곽 지역에서도 노인의 고독사는 드문 일이 아니다. 도쿄 북동부의 아다치구가 대표적이다. 

해당지역의 한 공무원은 "얼마 전 아파트 전체에 단 한 명 살고 계시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며 "이 건물은 지은 지 50년째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노후화된 건물은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재건축을 한다 한들 들어와 살 사람이고 없고, 수익이 나지 않으니 애초에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빈 집'과 그로인한 노후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스미다구의 한 낡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빈 집'과 그로인한 노후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스미다구의 한 낡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이는 일본에서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해당 공무원은 "노후 아파트를 보수하고 건물과 도로의 턱을 없애며 어린이공원을 노인을 위한 녹지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고작”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여유가 되는 경우에, 임대주택을 재건축해 고령자용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신도시 개발 전략을 포기한 것은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다. 타마 신도시도 1966년 개발 이후 매년 1000∼2000채의 주택을 새로 짓다가 1996년부터 중단했다. 이 때문에 도쿄도나 도시재생기구(UR) 등에서는 신도시 조성을 위해 확보한 택지개발지구 내 유휴지를 민간 부동산회사에 팔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신도시 벤치마킹한 한국 신도시들, 단기간 개발돼 고령화 대처하기 더욱 어려워

문제는 한국이다. 애초에 분당, 일산, 평촌 등 한국의 1기 수도권 신도시는 타마 신도시가 모델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속도나, 출산율 감소, 인구 과밀화 경향이 일본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의미심장하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의 1기 신도시가 짧은 기간에 개발됐다는 점에서 고령화로 인한 파장이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대의 한 교수는 “일본 신도시가 10∼40년에 걸쳐 조성된 데 비해 한국 1기 신도시는 5∼7년 만에 개발이 끝났다”며 “수십 년간 다양한 연령층이 입주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비슷한 세대가 동시에 입주했기 때문에 입주자가 한꺼번에 고령화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또 한국에서 여전히 인구 성장기에 적합한 개발 계획이 남발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은 현재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와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수도권에서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 동탄, 광교 및 위례 신도시를 비롯해 향후 김포한강, 인천검단, 평택고덕국제화도시가 잇달아 들어선다.  

아파트공사가 한창인 동탄 제 2 신도시. (사진=연합뉴스)
아파트공사가 한창인 동탄 제 2 신도시. (사진=연합뉴스)

한 관계자는 “10년, 20년 뒤 이런 신도시가 적정 인구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 개발하는 신도시 계획을 포기하기 힘들다면 고층 아파트 위주의 개발보다 다양한 주택을 보급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직장과 주거가 분리된 기존 베드타운 신도시에 고령자가 집중되는 문제를 막으려면 주거 외에 업무 중심 기능을 대폭 보강해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판교 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판교같은 도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송도국제도시도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입지 여건이나 입주 조건이 더 떨어지는 청라, 광교, 평택국제도시 등을 업무 중심의 자족도시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곳에 과도하게 오피스빌딩을 집어넣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한 전문가는 이에 “최근 동탄2 신도시는 현재 미분양이 생길 정도로 수요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고령화에 따라 외곽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지금 개발하는 신도시는 수요를 다시 추산해 개발 시기와 규모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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