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수출 국내기업 2700여 기업 타격, 이란산 원유 수입 6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41% 감소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7일(워싱턴 현지시간) 0시부터 재개한다.
2016년 1월 핵합의를 이행하면서 제재를 완화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제재 복원에 이란도 원유 수송로 봉쇄, 핵활동 재개로 맞서면서 양국간 관계가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부터 핵합의를 '최악의 협상'이라고 깎아내리면서 이란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와 불신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대통령에 취임 이후에는 자신의 공약대로 핵합의에서 탈퇴했다.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 3개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 유엔 모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상 최강의' 제재를 이란에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앞서 5월8일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달 6일까지 90일간을 '감축 유예기간'으로 통보했다. 이란과 사업하는 외국 기업은 이 기간 동안 사업을 철수하라는 뜻이다.
오는 7일부터 재개되는 이란 제재는 1단계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이란의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 3국의 기업, 개인에 대한 제재)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주요 제재 대상은 △이란 정부의 달러화 구매 △이란의 금·귀금속 거래 △흑연, 금속, 석탄 거래 △이란 리알화 구매 관련 중대 거래 △이란 외 국가의 중대한 이란 리알화 계좌 유지 △이란 국채 구매 또는 발행 지원 △이란 자동차 분야 △이란에 대한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등이다.
1단계 제재 90일 뒤인 11월 5일부터는 2단계 제재가 적용된다. 2단계 제재는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원유·석유제품 거래 △이란 국영 선박·항만 운영회사를 포함한 이란의 해운·조선 거래 △이란중앙은행, 금융기관과 거래(스위프트 포함) △이란 앞 보험·재보험 인수 △이란 에너지 산업분야 등의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2단계 제재로 이란의 기간산업체인 이란 국영석유회사, 이란 국영 유조선회사 등 주요 국영회사가 제재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이날부터 이란의 원유, 콘덴세이트, 천연가스를 수입하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이란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급등하는 등 이란 제재 효과는 빨리 나타났다. 이에 이란 정부는 중국, 러시아, 터키 등 반미 진영과 연대해 미국의 제재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란은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품은 수입을 금지하고, 수출입 업자의 외화 거래를 통제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개 핵합의 서명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에 지난달 초 '핵합의 유지안'을 전달했다. 미국의 제재가 복원돼도 이란이 그간 핵합의를 충실히 지킨 만큼 이란의 국익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지난달 30일 유럽 측의 핵합의 유지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유럽이 그대로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이와 동시에 핵합의의 틀 안에서 신형 원심분리기 가동을 준비하면서 그간 자제했던 핵활동을 재개했다.
이란의 군부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재한다면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로인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훈련을 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양측의 정면충돌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제재 전문 신동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미 행정부의 말처럼 2012년 국방수권법상의 예외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원화결제계좌도 동결된다"면서 "이 계좌로 수출대금, 공사대금을 받았던 한국 기업의 이란 내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화결제계좌가 금지되면 이란에 수출하는 2700여 개 기업이 큰 타격을 입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이란에만 수출하는 중소기업이 많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의 유탄을 맞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6월 우리나라의 이란 수출은 17억22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4% 감소했고 7월엔 19.4% 줄었다.
이란산 원유(콘덴세이트 포함) 수입도 6월 기준 하루 평균 18만3천 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