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과 트럼프 경제정책, 남북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북미회담과 트럼프 경제정책, 남북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심재율 대기자
  • 승인 2018.07.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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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달려가 납작 업드린 김정은,
-배짱부리며 경제적 이익 얻으려 할 것
북미회담이 지난 6월12일 센토사섬에서 개최되었다 (사진=연합뉴스)
북미회담이 지난 6월12일 센토사섬에서 개최되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그 회담으로 남북한 경제 발전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미미할 것이다. 경제협력은 아주 깊은 신뢰가 형성되거나, 경제적으로 확실하게 주고 받을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서 높은 수준의 신뢰관계는 형성되지 않았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트럼프의 강경노선에 따라 닥칠지 모르는 무력 제재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과거 다른 미국 지도자와는 달리 트럼프는 북한으로 하여금 실제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 만큼 공군 전략자산과 해군력을 강력하게 한반도에 전개한 대통령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정은이 정상회담으로 나온 또 다른 이유는 과거와는 다른 강력한 경제제재 덕택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지금까지 중국의 방해로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 제재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중국도 과거처럼 제재의 시늉만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북한 정권의 체제안전보장
김정은의 가장 큰 목표는 북한 정권의 체제안전보장이다. 북한은 정권의 안정이 위협을 받을 정도로 경제가 위험해지는 것을 방지하려 할 것이다. 이 같은 속성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남북한 관계와 북미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선의에 의해서 스스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권이 가진 마약과도 같은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추정이다.

북미회담 이후 남북경제협력이 당장 크게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 역시 낭만적인 기대에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전문가들이 남북한 철도 협력이나, 남북한을 거쳐 중국이나 러시아를 지나는 철도의 연결을 상상한다.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거나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이 가진 많은 지하자원을 개발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꿈을 꿀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쉽게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놓고 볼 때 이들 국가 중 진정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의에 의해서 경제협력을 할 짝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에 가까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지도층의 북한에 대한 불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복하기 어려운 지점으로 발전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정부를 진지하게 상대하지도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 중간에서 일을 꾸미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가장 기본적인 위험상태를 호전시키는 것 이상으로 당장 큰 효과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그러므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미국은 북한이 변하는 만큼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스스로 변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결국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가장 확실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를 저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나쁜 행동을 저지하는 것이 최선의 역할이 될 것이다. 북한이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해서 제재가 완화될 것인지 역시 미지수이다. 미국은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완전히 파괴했는지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게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은 아마도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을 더 이상 안하거나, 미사일 발사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하는 간접적인 방법만이 가장 믿을만한 기준이 될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은 중국으로 하여금 더욱 북한에 밀착하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 중국은 트럼프의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대 놓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정면으로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다.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가진 뒤, 중국 정부의 북한 제재는 오히려 느슨해졌다.

라디오 자유아시아 방송은 중국이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가는 상품에 대한 관세조사를 늦추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전에는 모든 상품을 하나씩 X레이로 체크하던 것을 바꿔, 모든 차량의 절반만 검사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트럭운전사가 제재 품목에 올라있는 물품을 가지고 가는 것이 발견되면 트럭은 하루 동안 압수돼 벌금을 낸 다음에야 풀어줬다. 요즘에는 이런 물품이 벌금을 물기는 해도 바로 세관을 통과한다고 익명의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경제지원 희망 
미국은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지는 않고 있다. 회담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경을 방문해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유엔안보리에서 결의한 내용을 존중하겠다는 중국정부의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 다음에 북한은 경제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마치자 6월 15일 중국과 북한 국경에 위치한 10개의 중국 공장들은 가동을 시작했다. 북한 노동자 파견 숫자도 지난해에는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5월부터는 다시 늘어났다. 중국 랴오닝성 단동에 있는 한 의복회사도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화하던 지난해 말에 가동을 멈췄다가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이후 가동을 재개했다. 단동에는 북한과 사업하는 업체가 600여개에 이르는데 이 중 100여개 회사는 지난해 가동을 중단했지만, 최근 사업을 다시 시작하거나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결의안 2397호는 북한 노동자들은 24개월 안으로 돌아가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중국도 이 결의안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올해 말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발표했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압력을 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김정은은 경제적인 이익은 최대한으로 얻더라도 가장 관심있는 내용은 김정은 자신의 일신상의 안위이다. 김정은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 같은 개방은 하지 않을 것이다.정상회담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할 것을 예상하면서 몇 가지 움직임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 서서히 움직이는 국내기업들의 대북사업
북한 철광석 매장량은 500억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0조원의 가치를 가진 것이다. 건설회사들은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해소되면 북한 건설 산업에 발을 들여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동아건설은 KEDO를 통해서 북한에 경수로 원자로를 건설하던 경험을 내세운다. 경남산업 역시 이외에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거나 항구인프라를 진출하려 하고 있다.

대기업중에는 롯데그룹이 북한 뿐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과 사업을 확장하는 기획팀을 구성했다. 개성공단을 다시 활용하려는 중소기업들의 노력도 뒤따른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많은 중소기업들은 개성공단 사업 재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지난6월 북한의 협조를 얻어 국제철도 협력 기구(OSJD: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정회원으로 가입해 유라시아 열차 노선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자료=국토부)
정부는지난6월 북한의 협조를 얻어 국제철도 협력 기구(OSJD: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정회원으로 가입해 유라시아 열차 노선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자료=국토부)

▷ 북한 시장경제 돌입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북한의 변화를 북한 정권의 변화에서 기대하기 보다, 북한 사회 내부의 점진적이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경제의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경제를 받치는 것은 ‘장마당 경제’ 때문이라는 분석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장마당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북한이 사실상 시장경제 체제에 가까워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자금줄이 끊긴 권력 엘리트층이 김정은을 제재 완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등 떠밀었다는 것이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소비재 시장인 장마당은 이제 공식적으로 ‘종합시장’이라고 부를 만큼 일상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장마당 자본시장도 활성화돼 있는데, 이 북한 장마당 시장을 움직이는 ‘돈주’를 움직이는 권력 엘리트들이 대북 제재의 영향을 받아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권력 엘리트들이 김정은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신흥 부유층인 ‘돈주’는 1980~1990년대 장마당을 통해 자본을 축적했거나, 최근 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외화로 재산을 모았다. 임 위원은 “구 소련이 해체되기 전 국가 GDP에서 시장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25%가량이었다면 북한은 30~40%, 최대 50%까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군수 · 철강 · 제강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장에서 거래되는 준시장경제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일연구원이 2016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북한에서 공식 허가받은 시장만 404개가 운영된다. 이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 · 관리자 등 종사자는 무려 11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지도로 분석하면 북한 공식 시장의 대지 면적은 모두 184만㎡로, 일산 신도시보다 넓다. 우리나라의 동대문시장(1만4437㎡)보다 넓은 시장도 청진 수남시장을 포함해 모두 9곳이나 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시장이 국가 권력과 긴밀히 유착된 상태에서 국가와 시장 상당 부분이 친화적으로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이렇게 시장경제 비율이 높은 것이 북한 체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경제가 한국가의 체제를 뒤흔들어놓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북한도 이 위험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 소련과 직접 대비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경우 무슨 일이 있어도 영향력에서 놓으려고 하지 않는 중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에서 보듯이 중국을 어떤 식으로든 끌어들이지 않으면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북한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미국 중국 일본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또다시 줄다리기를 할 것이 분명하다.

▷ 어렵고 복잡한 남북경제의 현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북한과의 교류활성화에 나선다고 해도 분명한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적인 협력이 체제에 위협으로 발전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남북경제협력은 우리나라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봐야한다. 그것도 북한은 배짱을 부리면서 대한민국과 미국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가 왔다고 발표했지만,이제서야 일부분만 도착했다. 미군은 유해송환을 위해 나무로 된 관 100여개를 6월 23일 북한에 보냈지만, 북한은 시간을 질질 끌고 있다. 북한은 유해송환 대가를 바라는 것 같다. 미국 국방부는 1990년대 미군 유해 발굴 사업을 벌이면서 229구를 송환할 때 북한에 2800만달러(약 315억원)를 지급했다.

중국이 북한을 잡아두려고 하는 한 북한의 배짱은 계속될 것이다. 김정은은 3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과 중국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1차 방문때는 ‘새로운 높이로 강화·발전’한다고 표현했지만, 2차 방문때는 ‘중국 동지들과 굳게 손잡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으며 3차 방문째는 ‘한 참모부, 한 가족’으로 계속 긴밀한 협력을 과시했다.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정권을 보유하는 김정은과 역시 사회주의 체제에서 권력을 일부 엘리트들끼리 나눠갖는 중국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는 서로 잘 맞아떨어진다. 북한 정치 엘리트들은 대한민국과 미국 대통령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닳고 닳은 전문가들이다. 현재 상황에서 남북한 경제협력은 겉으로는 평화라는 포장을 했을지 모르지만, 북한에게 놀아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대한민국 정부는 철도를 비롯해서 도로 관광 산업 등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계속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지 모른다. 우리측 제안에 성의있는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머리좋고 나쁜 대화상대를 요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과 북한 정상이 마주앉은 것은 일시적으로 트럼프가 북한과 동시에 중국을 압박했기 때문에 다소간 진전이 있었다. 경제협력은 사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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