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이승훈 기자]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가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뒤에 다시 일정금액을 회사로 상납하도록 강요하는 갑질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성과급 십일조 문제 없나요?" 라는 제목으로 하나투어에서 수년 간 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의 일정 금액을 관행적으로 걷어왔다는 글이 게시됐다.
익명 게시자는 "성과급 받고 3~4일 뒤! 다 썼는데, 돈 없는데"라며 "10% 개인통장으로 입금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회사가 성과급 일부를 되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익명 게시자는 "어디 쓰이는 건지 아무도 모르고, 누가 회식하고 싶어 성과급을 내냐"며 "회사차원에서 십일조가 정당한 건지 궁금하다"라며 회사의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성과급을 되가져갔다는 익명 제보를 접수한 하나투어가 회사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부서에서 분기별로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한 뒤 이 중 5~10%의 금액을 걷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은 주로 부서장의 개인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투어 직원들은 성과급 규모는 직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30~100만 원 수준을 받으며 부서별로 30~200명, 총 2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기 성과금을 50만 원이라고 치면 십일조는 5만 원이 되고 2000명의 직원으로 계산해도 1억 원 규모에 이른다.
문제는 단순한 갑질 이상이다. 이렇게 회사가 다시 성과급을 가져가면 이것은 비자금이 되어버리며 그 와중에 직원들은 부당하게 세금을 더 내고, 회사는 사실상 탈세를 우회적으로 저지르는 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하나투어측은 '성과급 십일조'의 존재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부서 회식과 공동 물품 구입에 쓴 것"이라고 해명하고 "비자금을 조성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