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은 최근 일본의 아베총리의 만남에서 다자간 무역협정(TPP)보다는 양자간 무역협정(FTA)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지역적으로 말한다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보다는 특정 국가와의 개별 FTA가 America First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당신네 국가와의 거래에서 이런 정도의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 미국은 당신네 나라의 안보를 위해 이런 정도의 군사적 지출과 희생을 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들은 미국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이런 식의 논리 전개와 주장은 다자간 협상테이블 보다는 양자 간 담판에 보다 더 적합한 것은 사실이다. 다자간 협상을 주장하던 아베총리만 닭 쫓던 개 모양이 된 것이다.
최근 미국의 주장을 그들의 정치적 의도는 차치하고서 듣는다면 중국, 일본, 한국 등 특정 국가들이 미국과의 거래를 통한 불공평한 ‘잉여(Surplus, 수출과 수입의 차액)’가 너무 많고 그 숫자들을 구체적으로 줄여라 는 것이고 향후 이를 체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식 논리의 오류
적자는 무조건 좋지 않다는 명제의 가부를 묻는 O, X 문제가 있다면 정답이 무엇일까? 개발독재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식의 경제, 무역관을 갖고 있는 이들은 정답이 O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답은 X가 맞다. 왜냐하면 적자의 성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가 단순 소비재 지출의 성격이라면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으나 이 문제 역시 소비자 효용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과연 좋지 않다는 판단이 가능할까? 또한 적자가 단순 소비재 지출이 아니라 미래 생산재의 투자 지출에 의한 숫자상 적자 기록은 오히려 긍정적인 것이다. 적자로 집계되는 생산적인 장기 투자가 궁극적으로 국민소득과 부를 창출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즉, 한국산 철강이 저렴한 가격에 미국에 수입되는 것을 막는다면 철강이란 한 품목의 ‘잉여’ 숫자는 관리할 수 있겠지만 그 결과, 인상된 가격의 철강을 중간 생산재로 소비하는 자동차, 건설재 등의 미국 상품의 가격 상승과 그로 인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와 미국소비자의 효용감소는 어느 항목의 숫자에 반영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적자의 원인인 해당 지출의 내용을 보지 않고서 적자에 대해 흑백 판단을 한다면 그 판단은 오류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계량화 될 수 없는 소비자 효용은 차치하고도 적자는 무조건 좋지 않다는 명제는 거짓인 것이다.
내년에도 지속될 ‘잉여’ 주장
최근 미국의 감세정책과 정부지출의 증가로 인해 미국의 전체 소비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지출과 수입이 급증하는 것이고 위에서 언급한 ‘잉여’라는 숫자는 줄어들기 쉽지 않다는 예상이다.
대응논리 개발이 필요한 때
이렇듯 경제 문제는 광범위한 연결성과 부가가치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한 품목, 특정 무역상대국에 대한 인위적 통제는 일반적으로 옳지 않다. 또한 특정 무역상대국을 향한 방식은 결국 두더지 게임의 결과를 도출한다. 한 국가를 막으면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그 ‘잉여’를 차지하는 것이 국제 무역이다.
국가 간의 무역 거래로 인해 형성된 무역 구조는 정치인들의 협박과 선전의 결과물이 아니라 부존자원, 생산기술 및 물류의 특징 등 수많은 원인(비교우위)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국제 분업의 결과물인 것이다. 사실에 기반을 둔 설득 논리의 개발과 미국 내 여론 환기 등 적극적 대응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대통령의 미국은 계속해서 이런 식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