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픽업차 관세 유지에 매달렸을까?
미국은 왜 픽업차 관세 유지에 매달렸을까?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3.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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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참여하는 데 한국은 관세 때문에 포기...
▲ 쌍용자동차의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사진 : 쌍용자동차 홍보물)
▲ 쌍용자동차의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사진 : 쌍용자동차 홍보물)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픽업차는 차량의 뒷부분에 짐짝을 실을 수 있도록 위를 튼 차다. 미국의 개척정신을 상징하는, 미국인들이 특히나 사랑하는 차종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픽업차의 수요가 거의 없지만 전세계적으로는 레저와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면서 픽업차 시장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한미 FTA에서 미국측의 주요한 요구 사항 중의 하나가 픽업차 시장의 관세를 20년간 더 추가 연장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의 픽업차량에 대한 관세 25%는 2041년까지 부과된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픽업차 생산이 거의 없었다는 이유로 픽업차 관세 연장 조치가 우리나라에 별다른 손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은 픽업차 관세부과 종료 시점에 맞춰 미국 픽업차 시장 진출을 준비해오고 있었다.

미국 픽업차 시장은 미국 자동차 전체 시장의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210만대 규모에서 현재 연간 약 260만대 정도가 판매된다. 한국 전체 자동차 시장보다 크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전역을 고려하면 엄청난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전세계 시장 진출은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현재 미국 픽업차 시장은 미국과 일본 회사가 양분하고 있다. 시장이 점점 커지자 프랑스의 르로, 독일의 벤츠, 폭스바겐, BMW 등 픽업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시장에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그간 도전하지 않았다가 최근에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관세 연장 조치로 그 계획들이 어긋나게 됐다.

우리 자동차 회사들의 선택은 2가지다. 미국 시장 진출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워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든가.

두 경우 모두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었던 상당 수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우리로서는 큰 손해다.

어떤 이들은 어차피 미국시장에 한국산 픽업차 점유율은 0%이기 때문에 가서 성공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나라 세단 자동차는? 그것도 0%에서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픽업차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쌍용자동차는 25%의 관세는 극복하기 어려운 핸디캡이라며 29일, 미국 픽업차 시장 진출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픽업차 산타크루즈를 개발하고 있던 현대자동차는 과연? 지금으로서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20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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